영국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영란은행, 금리 인하에 신중 기조 유지

런던발(로이터)—영국 시민들이 예상하는 장기 인플레이션율이 9월 들어 다시 오르며 영국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배경을 재확인시켰다.

2025년 9월 26일,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씨티(Citi)·유고브(YouGov)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5~10년 뒤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4.1%로 집계돼 8월 3.9%에서 0.2%p 상승했다. 이는 7월 4.2%, 6월 4.3%보다는 낮지만, 중기적으로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인다는 점이 주목된다.

조사에서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향후 12개월)는 세 달 연속 4.0%로 변동이 없었다. 씨티는 “장기 기대치 상승은 BoE 자체 기업 설문을 포함한 다른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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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 기준금리 동결 배경

영란은행은 이달 초 은행금리(Bank Rate)를 4%로 유지했다. 은행금리는 BoE가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최저 대출 금리로, 한국의 기준금리에 해당한다. BoE 통화정책위원회(MPC)는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완만해질 때까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고 시사했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상승률)은 8월 3.8%를 기록해 주요 7개국(G7) 중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BoE는 9월 물가가 4.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목표치 2%의 두 배다. 중앙은행은 2027년 봄이 돼야 물가가 목표에 수렴할 것으로 예측한다.


전문가 해설: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의미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가계·기업이 미래 물가를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기대치가 높으면 임금·가격 결정 과정에서 ‘자기충족적’ 상승 압력이 형성돼 실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BoE는 장기 기대치를 면밀히 추적하며, 급등 조짐이 보이면 금리 인하를 미루거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열어둔다.

특히 5~10년 기대치가 4%대에 머문다는 것은 경제 주체들이 BoE의 2% 목표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이는 BoE가 단기적인 경기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정책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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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전망과 정책 시사점

영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의 이중 부담 속에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BoE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시장이 기대했던 빠른 완화 국면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상반기 중 첫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이번 기대치 상승으로 ‘동결 장기화’ 혹은 ‘베이비 스텝(0.1~0.15%p) 인하’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씨티는 “장기 기대치가 재차 상승한 이상, BoE는 한동안 긴장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주목할 변수는 다음과 같다.
① 10월 발표될 9월 CPI
② 임금 상승률 및 서비스 물가 흐름
③ 미 연준(Fed) 정책 변화로 인한 글로벌 금리 환경이다.


용어 정리 및 배경 설명

Bank Rate는 BoE가 상업은행에 적용하는 기준금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동일한 개념으로, 금융시장 전반의 자금조달 비용을 결정한다.

Headline Inflation은 식료품·에너지 등을 포함한 소비자물가 전체 상승률을 의미한다.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과 구별된다.

Inflation Expectations는 경제 주체가 장래 물가를 예상한 값이며, 노동·재화 시장의 가격 책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앙은행은 이 지표를 통해 통화정책 신뢰도를 평가한다.


기자 시각

장기 기대치가 목표 수준의 두 배를 웃돈다는 사실은 BoE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경고신호다. 영국 국채(길트) 장기물 금리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으며, 파운드화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생활비 위기가 장기화되면 정치적 부담이 커져 2024년 총선을 앞둔 정부 정책 선택지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결국 BoE는 ‘물가 안정’‘경기 부양’이라는 상충 과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소폭이더라도 지속적인 긴축 유지라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