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위(Rae Wee) 기자가 전하는 유럽 및 글로벌 시장 전망이다.
2025년 9월 2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사라지던 ‘관세(tariff)’라는 단어가 다시금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새로운 관세 폭탄을 공개하자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으며, 이제 시장의 관심은 유럽으로 옮겨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5일(현지시간) 10월 1일부터 시행될 새로운 수입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브랜드·특허 의약품에 100% 관세, 대형 화물트럭에 25% 관세 등이다. 그는 추가로 주방 캐비닛·욕실 세면대에 50%, 소파‧의자 등 실내 가구에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관세 항목(요약)
- 브랜드·특허 의약품: 100%
- 대형 화물트럭: 25%
- 주방 캐비닛·욕실 세면대: 50%
- 실내 가구(소파 등): 30%
다만 국가별 기존 관세에 추가로 적용될지, 혹은 유럽연합(EU) 등 FTA 체결국이 면제 대상에 포함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EU·영국과 체결한 통상 합의에는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상한(cap)이 명시돼 있어, 이번 국가안보 관세(national security tariffs)가 상한을 초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내에 이미 공장을 착공했거나 건설 중인 제약사는 100% 관세를 피할 수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에 따라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미국 내 생산능력과 재고를 서둘러 확대하며 ‘미리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Paccar 산하 피터빌트(Peterbilt)·켄워스(Kenworth)와 Daimler Truck 산하 프라이트라이너(Freightliner)가 대형 트럭 관세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시아 증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제약주 전반이 폭락했고, 중국 상장 가구업체 지수는 1% 넘게 하락했다.
사실 글로벌 증시는 이미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로 흔들리고 있었다. 9월 25일 발표된 경제 지표들이 미국 경기의 견조함을 재확인시키자 연준(Fed)의 공격적 완화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시장은 즉각 금리 인하 베팅을 축소했다.
연방기금선물(FFR) 시장에서 올해 12월까지 누적 예상 인하 폭은 39bp로 줄었는데, 이는 불과 며칠 전 40bp 이상에서 후퇴한 수준이다.
대다수 연준 위원들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새로 합류한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 이사는 25일에도 “노동시장 붕괴를 막으려면 과감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주목 지표
26일 밤(한국시간) 발표될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관건이다. 시장 전망치는 8월 근원(Core) PCE 물가가 전월 대비 0.2% 상승(7월 0.3%↑)이다.
※ PCE란? 개인소비지출(Private Consumption Expenditures) 지수로,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2%)를 판단할 때 핵심적으로 참고하는 물가 지표다. 근원 PCE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해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이날 토마스 바킨(리치먼드 연은 총재)과 미쉘 보우먼(연준 이사)의 발언도 예정돼 있어, 인플레이션 전망과 통화정책 경로에 추가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시각
시장 전략가들은 이번 관세가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글로벌 공급체인 재편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의약품 100% 관세는 ‘미국 내 생산 회귀(리쇼어링)’ 압력을 극대화해, 향후 제약·바이오 섹터의 CAPEX(시설투자)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소비재 부문에서는 가격 전가 가능성이 제한돼 소비 심리 위축 우려가 제기된다. 가계가 필수 아닌 가구·인테리어 지출을 줄이면, 이는 결국 소매 판매와 GDP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달러 강세와 미 국채 금리 상승 조합이 신흥국 자산에 부정적이다. 관세 불확실성에 리스크 오프가 겹칠 경우 원화·엔화 등 아시아 통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관전 포인트
- 10월 1일 관세 발효 전 법적 논쟁 또는 예외 조항 발표 여부
- G7·G20 재무장관 회의 등 다자 정상 외교 일정에서의 협상 진전
- 미국 의회(특히 상원 금융위원회) 내 초당적 압박 수위
관세 변수와 연준 정책이 교차하는 ‘변동성 시즌’이 본격화했다. 투자자들은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현금 비중 조절, 변동성 지수(VIX) 옵션 활용, 섹터 로테이션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날 공개될 근원 PCE와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향후 몇 주간의 자산 가격 향방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