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성, 미·일 관세합의 이행 위해 5,500억 달러 투자 지원…JBIC에 전략산업 투자기구 신설

도쿄발 ― 일본 재무성이 자국 국책은행인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에 새로운 투자지원 전담기구를 설치해 미·일 관세협정에 따른 5,500억 달러(약 735조 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이는 반도체·금속·의약품·에너지·조선 등 경제안보 핵심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다.

2025년 9월 2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은 이달 초 투자 세부 내역을 규정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해당 투자는 2029년 1월까지 집행될 예정이다. 이는 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 종료 시점과 맞물려 있어 양국 경제·안보 이해관계를 동시에 고려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투자 형태는 JBIC와 일본 수출입보험공사(NEXI)가 제공하는 지분투자·대출·대출보증으로 구성된다. 특히 해외 선진국에서 자동차·제약 산업까지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JBIC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규정은 선진국 투자 대상 산업을 제한해 왔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일본 기업이 주요 공급망을 선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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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관·용어 해설

JBIC(Japan Bank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은 일본 정부가 전액 출자한 정책금융기관으로, 대외 경제협력과 자원 확보를 위한 장기·대규모 금융을 담당한다. NEXI(Nippon Export and Investment Insurance)는 해외사업 리스크를 보증·보험 형태로 완화해 주는 기구다.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당사자 간 협력 범위와 의무를 명문화해 향후 계약 체결의 기초가 된다.


경제안보적 의미

일본 정부는 반도체·배터리 원재료 등 핵심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투자기구 신설은 일본 기업이 미국 및 동맹국 소재 생산거점을 확보하도록 유도해, 국제 공급망에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단순 융자 지원을 넘어 지분투자 방식을 병행함으로써, 일본 정부가 직접 기술·설비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커졌다.

재무성 관계자는 “해당 기구는 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본 국민경제의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주도의 첨단 제조업 부흥 정책과 맞물려, 양국 기업 간 합작·M&A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책·시장 파급 효과

첫째, 반도체 분야에서는 TSMC·인텔 등과의 공동투자 프로젝트에 일본 소재·장비 업체가 참여할 여지가 확대된다. 둘째, 희소 금속 및 배터리 전구체 확보를 위한 자원 지분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셋째, 조선업의 경우 친환경 연료 추진선 개발에 필요한 연구·인프라 구축 자금이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IMO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일본 조선소의 경쟁력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금리환율이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 투자 비용이 상승할 수 있지만, 동시에 국내 제조업 수출 경쟁력은 강화된다. 정부가 대출보증을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환헤지 비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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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의견

도쿄 와세다대 경제연구소 후쿠다 야스토 교수는 “JBIC 규정 개정으로 선진국 내 첨단 산업 투자가 본격화되면, 일본 산업정책이 G7 파트너십을 통해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분투자 확대는 투자 손실 위험도 동반하지만, 기술 내재화를 통해 장기 관점에서 비재무적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부 야당 의원들은 “국부의 해외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며, 투자 효과 검증과 사후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무성은 “투자분석·성과평가 시스템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며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일정

재무성은 올 연말까지 세부 운영지침을 마련하고, 2026 회계연도부터 본격적인 자금 집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첫 지원 대상으로는 첨단 반도체 설비·차세대 배터리 생산라인·mRNA 백신 원부자재 프로젝트가 거론된다.

한편, 미국 상무부·재무부와의 실무 협의 결과가 공개될 경우, 일본 기업의 실제 프로젝트 선정 기준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CHIPS법 등 미국 산업법과의 규제 정합성이 투자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 보고 있다.

결국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금융지원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안보·기술 주권·동맹국 경제블록 형성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일본 기업과 투자자들은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는 국제정세 속에서 정부 정책을 활용한 위험 분산기회 창출 전략을 세밀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