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신규 관세에 아시아 증시 약세…美 금리 인하 기대도 후퇴

아시아 증시가 26일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랜드 의약품에 100% 관세를 비롯한 대규모 추가 관세를 발표한 데다, 미국의 견조한 경제 지표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킨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5년 9월 2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1일부터 적용될 새로운 관세 계획을 공개했다. 세부 내용은 브랜드 의약품 100%, 대형 트럭 25%, 주방 캐비닛 50%, 욕실 세면대 50%, 소파 등 가구류 30% 등 5개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다.

이번 조치 직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토픽스(TOPIX) 제약 지수는 1% 하락했고, 홍콩 상장 혁신 의약품 지수는 2.8% 미끄러졌다. 한국의 SK바이오팜 주가는 2.7% 내렸으며, 호주의 CSL은 장중 3% 넘게 급락한 뒤 1.6% 약세로 마감했다. 중국 A주 가구 제조업 지수도 1.1%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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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또는 특허 의약품에만 관세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세부 정보가 부족하지만, 인도 제약업계를 포함한 신흥국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ANZ은행 아시아 리서치 총괄 쿤 고(Khoon Goh)는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위험회피 모드로 돌아서면서 주가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지수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일본 니케이225는 0.13%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0.9% 떨어졌다. 중국 CSI300 블루칩 지수는 0.3%, MSCI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1% 넘게 하락했다.

‘섹터별 관세’란?

일반적으로 관세는 국가·제품 범주 전체에 부과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처럼 특정 산업(섹터) 또는 제품군에만 집중적으로 매기는 정책은 ‘섹터별 관세’로 불린다. 해당 업종 기업은 직접적인 비용 상승과 수요 위축을 동시에 겪을 수 있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다.

미국 나스닥 선물은 0.12% 하락, S&P500 선물은 0.02% 밀렸다. 반면 유럽은 장 시작 전 선물이 소폭 상승했다. 유로스톡스50 선물은 0.4%, 영국 FTSE 선물은 0.3% 각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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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앞서 발표된 미국의 성장률·고용·주문 지표가 예상을 웃돌면서 ‘빅컷(big cut)’ 기대가 식었다. 웰스파고(Wells Fargo)는 보고서에서 “2분기까지 미국 경제가 ‘확연히(undeniably)’ 탄탄했다”고 평가했다.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올해 12월까지 39bp(0.39%포인트)의 인하만 반영되고 있다. 이는 이번 주 초 40bp 이상에서 후퇴한 것이다. bp(베이시스 포인트)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밤 발표될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에 주목하고 있다. PCE는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로, 인플레이션 궤적을 가늠할 핵심 변수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연준이 2026년까지 4~6차례나 인하할 것이란 낙관론이 있었으나, 이제는 많아야 4회 정도로 후퇴했다.”

IG마켓 애널리스트 토니 시카모어(Tony Sycamore)는 이렇게 전했다.

연준 위원 대다수는 점진적 완화를 시사하고 있으나, 신임 위원 스티븐 미란은 전날 “노동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과감한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달러 강세·엔화 약세

금리 인하 기대 약화는 곧바로 달러 강세(엔화 약세)로 이어졌다. 달러/엔 환율은 150엔 선 근처에서 등락했고, 유로/달러는 전일 대비 0.6% 내린 1.1670달러, 파운드/달러는 소폭 하락한 1.3341달러에 거래됐다.

원자재 시장 동향

브렌트유는 배럴당 69.65달러(0.33%↑), 서부텍사스산(WTI) 유가는 65.28달러(0.46%↑)로 6월 초 이후 최대 주간 상승률을 향해가고 있다. 금 현물은 0.3% 내린 온스당 3,737.71달러에 머물렀다.

지정학 변수도 부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2시간 면담 뒤 “터키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할 것”이라며, 그 대가로 F-35 전투기 판매에 대한 대(對)터키 제재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 총평

관세 충격과 연준의 긴축 지연 사이에서 시장이 ‘정책 리스크’에 다시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제약·가구 등 타깃 업종의 실적 하향 압력이 불가피하며, 달러 강세와 유가 상승이 신흥국 자본 유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 경제의 견조함은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어서, 향후 PCE·고용·임금 지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