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회복 탄력성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열풍이, 중국에서는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 성장세를 떠받치고 있지만, 미국이 부과한 광범위한 고율 관세의 실질적 파급 효과는 아직 전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진단이다.
2025년 9월 23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OECD는 9월에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높은 관세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동안 기업들이 초기 비용의 일부를 흡수했으나, 이제는 소비 지출 패턴·노동시장·소비자물가 등에서 그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고용 증가세 둔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공석(구인) 규모가 축소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동시에 재화 및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이 재차 고착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OECD란?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는 38개 회원국이 가입한 국제기구로, 주요 경제·사회 정책을 연구·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 1996년 가입했다. OECD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글로벌 정책 방향성에 상당한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OECD는 “최근 몇 달간 완화된 금융 환경은 활황을 보이는 자산가격, 확대한 대출 공급, 낮은 기업채권 스프레드 등으로 설명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자산가치는 과도하게 고평가된 양상을 띠며, 미래의 재정 건전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양자 간 관세율이 추가로 인상되거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확산되고, 재정 리스크 우려가 확대되거나,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위험 재평가가 발생할 경우, 글로벌 성장률은 현재 전망치보다 더 위축될 수 있다.” — OECD 9월 보고서
보고서는 높은 관세와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무역 활동을 저해하는 가운데,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4년 3.3%에서 2025년 3.2%, 2026년 2.9%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AI의 잠재력
OECD는 “AI의 빠른 발전과 확산이 예상보다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I는 기계학습·딥러닝 등 첨단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를 학습·분석해 인간 수준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생산성 제고·신규 산업 창출·효율화 등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주요 국가별 성장 전망
미국
미국 경제는 2024년 2.8% 성장 이후, 2025년 1.8%, 2026년 1.5%로 둔화될 전망이다. 이는 고관세, 통화 긴축 효과, 노동시장 냉각 등 복합적 요인이 반영된 수치로, 최근의 AI 열풍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역풍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중국
중국은 미국 관세 회피를 위한 선(先)주문·선(先)투자 효과가 사라지고, 재정 지원이 단계적으로 축소되면서 2025년 4.9%, 2026년 4.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OECD는 이러한 전망을 종합하며 “전 세계 경제는 아직 다중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통상 마찰·인플레이션 재점화·재정 불안·자산시장 버블 등 신·구 리스크가 중첩될 경우, 예상 성장률보다 더 큰 하방 압력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용어 해설
• 관세(Tariff):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 또는 무역정책 수단으로 활용된다.
• 실업률(Jobless Rate):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비율을 뜻하며, 노동시장 상황의 핵심 지표다.
• 크레딧 스프레드(Corporate Bond Spread): 회사채와 안전자산(국채) 수익률 차이를 의미하며, 기업의 신용위험을 반영한다.
이번 보고서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정책 지속 가능성을 점검하고, 무역 갈등 완화 및 공급망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OECD는 “특히 신기술 확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규제 정비·인력 재교육·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와 정책당국은 향후 AI 기반 생산성이 관세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재정·통화·통상 정책의 조합이 어떻게 조정될지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