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다이먼, “미국 경제 둔화 중이나 ‘재앙’ 수준은 아냐”…인플레이션 경계 주문

[뉴욕=이투데이스타] 미국 최대 은행인 JPMorgan Chase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이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경제가 약화되고 있지만 재앙(disaster)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2025년 9월 23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물가 상승세에 대해 “시장의 낙관론과 달리 여전히 조심스러운 관점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완벽하지 않은 상충(相衝) 지표가 여전히 많다”면서 현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먼은 특히 “전 세계적인 재정적자 확대가 인플레이션 압력(inflationary effect)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재무장(remilitarization)’ 움직임과 공급망 재편(trade restructuring)이 추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무장’은 국가들이 국방비를 크게 늘리고 무기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추세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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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리스크로 다이먼이 꼽은 것은 미국의 H-1B 취업비자 수수료 인상이다. 그는 “새롭게 부과되는 10만 달러(약 1억 3,500만 원) 수준의 H-1B 비자 수수료가 미국 내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H-1B 비자는 전문직 외국인 근로자가 미국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비이민 취업비자다.


FRB의 정책 경로에 쏠린 시선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27일(현지시간) 발표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 목표(2%) 달성 여부를 가늠할 때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PCE를 더 중시한다”고 다이먼은 설명했다.

실제로 8월 PCE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해 목표치를 상회한 바 있다.

연준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25bp(0.25%p) 인하하며 추가 완화 시그널을 보냈다. 다만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19명의 정책위원 중 7명은 올해 금리 인하 폭이 더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1명은 “현재의 4.25~4.50% 범위를 연말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 인하를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의 일환”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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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용 시장의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쌍둥이 위험’ 간 절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오는 24일 예정된 파월 의장의 연설에서 금리 경로에 대한 추가 힌트가 나올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 해설 및 추가 맥락

H-1B 비자 수수료가 인플레이션과 연동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업 입장에서 해외 인력 고용 비용이 상승하면, 국내 인력을 쓰는 편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노동 수요를 자극해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며, 전체 물가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세계적 재무장’은 방위산업 수요를 촉진해 원자재·에너지 가격을 자극할 공산이 크다. 최근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주요국까지 국방예산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이먼은 ‘구조적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이먼의 발언은 단기적 경기 둔화를 가정하면서도 연준이 지나치게 완화적 스탠스를 취할 경우 ‘2차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실제로 JPMorgan의 글로벌 이코노믹 리서치 부서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6년까지 미국 물가상승률이 3% 내외로 고착될 위험”을 지적한 바 있다.


기자 시각: ‘경착륙’과 ‘연착륙’ 사이

기자는 다이먼의 논평을 ‘연착륙 후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하는 신호’로 본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마지막 한 번의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돼 있지만, 원자재·노동비용 상승이 병행될 경우, 연준이 다시 매파로 선회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는 주식·채권·부동산 등 위험자산 전반에 변동성 확대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10년-2년 스프레드)가 역전된 상태에서 실질금리 반등이 나타나면, 레버리지 기반 기업·가계에 유동성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 이는 ‘경제는 재앙이 아니지만 시장은 재앙을 맞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달러 강세, 원자재 가격, 글로벌 국방지출 추세 등이 맞물려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가 생각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내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금, TIPS, 원자재 ETF 등)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