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데이비드 셰퍼드슨 특파원 =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의 관문인 댈러스 포트워스국제공항(DFW)과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DAL)이 21일(현지시간) 새벽부터 정상 운항에 복귀했다. 앞서 연방항공청(FAA)은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Verizon Communications) 산하 프런티어(Frontier)의 통신 회선 다중 장애로 인해 2,000편이 넘는 항공편이 지연·결항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5년 9월 20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현지시간 19일 오후 2시경 시작돼 이튿날 오전까지 이어졌다. 이로써 미국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과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을 비롯한 수많은 항공사가 대규모 운항 차질을 겪었다.
“페이스북 먹통보다 더한 대혼란이었다. 기본 통신선 두 가닥이 동시에 끊어지면서 FAA 레이더·무전·컴퓨터 시스템이 모두 멈춰섰다.”— 아메리칸항공 데이비드 시모어 최고운영책임자(COO) 사내 이메일
FAA는 문제의 원인을 “프런티어가 제공하는 통신 데이터 서비스의 ‘다중 실패(multiple failures)’”라고 규정했다. FAA 관계자는 “L3해리스(L3Harris)로 명명된 외부 계약업체가 이중화 시스템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으며, 이에 따라 댈러스 터미널 레이더 접근관제소(TRACON)의 관제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
아메리칸항공은 DFW의 최대 점유 항공사다. 회사 측 통계에 따르면 19일 하루에만 530편이 결항했고, 65편이 다른 공항으로 회항 또는 우회했다. 20일에도 160편이 추가 취소됐으며, 약 10만 명이 넘는 승객이 일정보다 늦게 목적지에 도착하거나 공항에 발이 묶였다.
한편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러브필드 공항 거점 항공사로, 19일 전체 운항의 25%에 해당하는 1,100편 이상이 지연됐다. 그중 580편은 ‘극심한 지연(Extreme Delay)’으로 분류됐고, 20일에도 200편 넘게 밀렸다. 다만 결항은 단 한 편에 그쳤다.
프런티어 대변인은 “텍사스 아가일(Argyle) 지역에서 일하던 제3자 외주업체가 실수로 광(光)케이블을 절단해 FAA·공항 간 통신이 두절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밤샘 복구 작업을 통해 공항 시스템을 21일 오전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메리칸항공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아이솜(Robert Isom)과 COO 데이비드 시모어는 복구 과정에서 프런티어·L3해리스 양측과의 연락 자체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시모어 COO는 사내 이메일에서 “두 업체 모두 문제 해결에 긴박함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 의회는 지난 7월 FAA 노후 관제 시스템 전면 교체를 위해 125억 달러를 승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과 두 달 만에 통신망 단선으로 대규모 장애가 재발하면서, 업계에서는 노후 관제 인프라의 취약성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 시각: ‘이중화’만으론 부족, 분산형 네트워크로 전환해야
항공 IT 컨설턴트 마이클 쿠퍼는 “현재 FAA의 이중화 구조(redundancy)는 동일 지점에서 물리적 선로가 끊길 경우 무용지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리적 분산(geo-diversity)’ 및 클라우드 기반 백업 시스템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항공 안전은 연속성이 생명”이라고 역설했다.
또 다른 쟁점은 사설 통신사 의존도다. FAA는 1990년대 이후 AT&T, 버라이즌 등 민간 통신사 회선을 리스해 사용해 왔는데, 이번 사태로 ‘공공 안전 인프라’마저 민간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비판이 재점화됐다.
용어 설명
- TRACON(터미널 레이더 접근관제소) – 공항 반경 약 5~80㎞ 구간에서 이착륙 항공기를 관제하는 시설이다.
- Extreme Delay – 항공사·공항에서 통상 2시간 이상 지체될 경우 사용하는 내부 분류 용어로, 승객 서비스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
- Geo-diversity – 같은 기능의 서버·네트워크를 서로 다른 지리적 위치에 분산 배치해 자연재해·사고에도 서비스 연속성을 확보하는 기술적 개념이다.
향후 전망 및 재무 영향
아메리칸항공은 현재 재무적 손실 규모 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항공 전문 투자은행 번스타인 리서치는 “하루 10만 명 영향이면 항공사 직·간접 손실이 최소 수천만 달러”로 추정했다.추정치는 공식 재무제표 발표 전까지는 변동 가능
FAA와 의회 모두 ‘원점 재검토’에 나설 전망이다. L3해리스의 계약 이행 책임과 프런티어의 과실 여부, 그리고 FAA 내부의 모니터링 부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법적·정책적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 본 기사는 원문 로이터 보도를 한국어로 번역·재구성했으며, 추가적으로 국내 독자를 위한 용어 해설과 전문가 분석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