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테크 시장 판도 급변】 인공지능(AI) 열풍이 비상장 기술기업들의 몸값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포지 글로벌(Forge Global)이 집계한 7대 비상장 테크 기업, 이른바 ‘프라이빗 매그 7’의 합산 평가액이 1조3천억 달러(약 1,760조 원)에 도달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5년 9월 20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들 기업 가치가 1년 새 거의 두 배로 뛰어오르며 2022년 말 대비 네 배 성장세를 보였다. 해당 평가액은 포지 글로벌의 사내 거래, 신규 투자 라운드, 그리고 텐더 오퍼(기존 주주 지분 매입 제안) 데이터를 종합해 산출됐다.
■ 7대 기업 개별 평가액*포지 글로벌 기준
① OpenAI – 3,240억 달러
② SpaceX – 4,560억 달러
③ Anthropic – 1,780억 달러
④ Databricks – 1,000억 달러
⑤ xAI – 900억 달러(신규 자금 조달 전)
⑥ Stripe – 920억 달러
⑦ Anduril – 530억 달러
특히 OpenAI는 채팅형 AI 서비스 ChatGPT 출시 3년 만에 시가총액 3,240억 달러를 기록하며 선두를 굳혔다. 불과 수개월 전 1,500억 달러였던 일론 머스크의 xAI는 100억 달러 신규 투자 유치에 나서며 2,000억 달러 가치 산정이 거론된다.
【AI가 끌어올린 비상장 자본의 홍수】
포지 글로벌 켈리 로드리게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상당한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들이 연 100~300% 성장률을 반복하며 가치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AI 분야 19개 회사가 650억 달러를 조달해 비상장 시장 전체 자본의 77%를 빨아들이는 양상이다.
자금력에 여유가 생긴 기업들은 상장(IPO) 필요성이 줄어든다. 로드리게스 CEO는 “현행 규제 외에는 이들이 원할 때까지 비상장 지위를 유지할 장애물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 AI 붐과 공공시장 파급 효과
비상장 시장의 열기는 곧바로 공모주에도 전이된다.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 주가는 이달 초 OpenAI와의 대규모 클라우드 계약 소식 이후 하루 만에 36% 폭등했다. 브로드컴 또한 챗GPT 개발사와 새로운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보유한 OpenAI 지분 덕분에 AI 슈퍼사이클의 직접 수혜주로 자리매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메타 등 빅테크 4사는 최근 대규모 인프라 투자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해 AI 수요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고음도 여전】
OpenAI의 샘 올트먼 CEO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평가가 미친 수준(insane)이며 우리는 거품(bubble) 속에 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수조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며 대담한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앞으로 어떤 기업보다 공격적으로 자본을 집행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AI가 국방·핀테크·우주산업 등으로 파급되면서 혁신의 속도가 둔화되기 어렵다고 본다. 포지 글로벌이 방산전문 펀드를 론칭해 기관투자가에게 Anduril 및 스페이스X 같은 국방 테크 지분을 노출시키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 용어 설명
포지 글로벌(Forge Global) –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으로, 투자자 간 주식 매매뿐 아니라 기업 가치 평가 지표를 제공한다.
텐더 오퍼(Tender Offer) – 기존 주주에게 일정 가격으로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공개 제안하는 방식으로, 비상장 기업 가치 산정에 중요한 시세 자료로 활용된다.
대형 언어모델(LLM) –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통해 인간과 유사한 문장 생성이 가능한 AI 모델로, ChatGPT·Anthropic Claude 등이 대표적이다.
데이터센터 –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고성능 GPU 서버를 집적한 시설. 막대한 전력·냉각 비용이 요구되며, 향후 AI 투자 규모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전문가 시각】
단기적으로는 풍부한 사모 자금이 AI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가속화하겠지만, 수익화 모델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평가 가치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GPU 공급 부족과 전력 인프라 확보 경쟁이 심화될 경우, 자본 소모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일부 피투자사가 공공 시장 대비 높은 할증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유동성 관리와 철저한 리스크 분산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