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산업재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자동차·방위 산업에서 신기술 채택 속도가 두드러진다.
2025년 9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UBS는 산하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AI 활용 정도와 가시적 성과는 하위 산업별로 크게 달랐으나, 관련 언급 빈도는 최근 2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AI·머신러닝 기반 거래가 사모시장(private market)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UBS 전략가 이안 더글러스-페넌트(Ian Douglas-Pennant) 팀은 “산업재 분야의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는 2022년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였지만, 올해 상반기 AI·머신러닝 VC 딜이 전체 산업재 VC 자본의 3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VC 투자금 흐름은 더욱 인상적이다. UBS는 피치북(Pitchbook) 자료를 인용해, 산업재 섹터 내 AI·머신러닝 관련 VC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268%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자금은 상업용 제품·서비스·운송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됐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안두릴 인더스트리스(Anduril Industries), 헬싱(Helsing), 사로닉 테크놀로지스(Saronic Technologies), 테케버(Tekever) 등 4개 기업이 5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다.
“AI 기능이 탑재된 제품·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동인, 그리고 효율성 제고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UBS 보고서
자동차 업계는 특히 큰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UBS는 로보택시(robotaxi·완전 자율주행 택시) 등 자동화 주행 솔루션을 개발 중인 업체들이 AI로부터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생산 공정 최적화, 비용 절감 효과도 구체적으로 기대된다.
방위 산업 역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AI 융합이 필수라는 평가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방위산업 경쟁사들이 자율 무기·드론 개발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며 AI 탑재 무기체계가 차세대 성장축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밖에 자본재(capital goods)·다각화 산업(dediversified industrials) 전반에서 제품 설계·엔지니어링·공장 자동화·노동 생산성 등 모든 영역에 AI가 적용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UBS는 “대다수 산업재 기업에서 AI가 재무 성과나 인력 증감에 미친 직접적 증거는 아직 미미하다”고 진단한다. 다만 공급망·공정 최적화를 통한 장기 편익이 명확해, 기업 실적에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선도 기업(first movers)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면서도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에서 발생하는 비용 절감 효과는 결국 가격 경쟁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가 꼽은 수혜 후보는 테슬라(Tesla)를 필두로 리오토(Li Auto)·샤오펑(XPeng) 등 중국 전기차 업체다. 유럽 럭셔리 브랜드 BMW·메르세데스-벤츠도 이익을 볼 가능성이 큰 반면, 폭스바겐·스텔란티스·르노 등 대중차 업체는 자동화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이다.
방위주 중에서는 롤스로이스(Rolls-Royce) 엔진 부문과 프랑스 항공우주 대기업 사프란(Safran)이 AI 통합에 우호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용어 설명※산업계 종사자 외 독자용• VC(벤처캐피털):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 자본.
• Pitchbook: 글로벌 사모시장·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
• 로보택시(robotaxi):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기자 해설 — 한국 또한 전기차·방위산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으므로,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해 기술·자본·규제 측면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동차 OEM·1차 벤더가 AI 기반 공정 데이터를 축적하면, 배터리 관리·주행 알고리즘·품질 관리에서 곧바로 경제적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향후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표준화된 AI 솔루션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산업 간 재편 속도와 양상이 결정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연구·인수·합작법인(JV) 등 다각적 전략을 통해 ‘퍼스트 무버’ 경쟁에 서둘러 올라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