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터넷이 초래한 여행 대혼란 해법 될까

뉴욕·실리콘밸리 발 인터넷은 항공권·호텔·렌터카를 소비자의 손끝으로 옮겨 놓으면서 여행 산업에 혁신을 가져왔다. 그러나 방대한 정보는 선택 과부하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이 그 혼란을 정리할 구원투수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9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ooking Holdings 최고경영자 글렌 포겔(Glenn Fogel)과 Airbnb CEO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Skift Global Forum 무대에 나란히 올라 “AI가 여행사 시대의 단순성을 부활시킬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인터넷 이전에는 인간 여행사가 수천 개의 옵션을 몇 개의 맞춤형 상품으로 압축했다”며, 두 CEO는 “웹이 그 여행사를 몰아냈지만 AI가 그 기능을 사실상 되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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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혁명, 그리고 피로감

1990년대 중반 등장한 온라인 예약 플랫폼은 소비자가 직접 항공편과 숙소를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으나, 동시에 수천 개 검색 결과를 필터로만 걸러야 하는 검색 피로도를 초래했다. AI의 등장은 이러한 피로도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AI 기반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몇 초 만에 수천 개 결과를 세~다섯 개 제안으로 압축한다.” — 글렌 포겔

Airbnb, ‘AI-네이티브’ 플랫폼 선언

체스키 CEO는 올해 말 자연어 검색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2026년 전면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3년 내에 앱을 ‘AI-네이티브’ 플랫폼으로 전환해 필터·무한 스크롤을 대화창 하나로 대체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AI는 Airbnb에도 실존적 위협”이라면서도, 경쟁사 대비 빠른 전환에 성공하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된다고 진단했다.

Airbnb는 표준화된 호스트 수수료를 도입하고, 호텔 재고 판매 인터페이스를 새로 손질하고 있다. 체스키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서비스 업계의 아마존(Amazon of Services)’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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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Holdings, ‘닷컴 버블’ 데자뷔

포겔 CEO는 “현재 AI 열풍은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과 닮았다”며 “다수 업체가 사라지겠지만 살아남는 기업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마케팅 효율이 AI 덕분에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Booking은 Connected Trip이라는 비전을 통해 항공·숙소·렌터카·액티비티를 하나의 여정으로 묶고, 항공편 지연 등 변수가 생기면 AI가 자동으로 재예약하는 ‘끊김 없는 여행’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역설: 풍요가 낳은 빈곤, AI가 돌려줄 단순함

인터넷이 만들어 낸 정보 과잉은 여행자를 압도했다. 두 기업은 “AI가 다시 선택지를 좁혀 줄 것”이라며, 고객 경험이 과거 여행사 카운터만큼 간결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AI 전략이 성공한다면, 기술은 완벽한 한 바퀴를 돌게 된다. 소비자가 여행사 책상 위에 놓고 온 ‘단순함’을 30여 년 만에 디지털 방식으로 되찾게 되는 셈이다.


용어와 배경 설명

1 자연어 검색(Natural-Language Search)사용자가 ‘내년 5월 파리 근교에서 가족과 머물 3베드룸 에어비앤비’처럼 대화하듯 입력하면, AI가 의도를 이해해 결과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2 Connected Trip여정 전체를 데이터 하나로 묶어, 항공편 변경 시 호텔·렌터카 일정도 자동으로 수정해 주는 통합 서비스 개념이다.

3 Skift Global Forum글로벌 여행·호스피탤리티 업계가 모여 전략을 공유하는 연례 콘퍼런스다.


전문가 시각 및 한국 시장 함의

한국 온라인 여행 시장 역시 OTA(Online Travel Agency) 간 경쟁이 치열하다. 네이버·카카오·야놀자 등 플랫폼들은 이미 AI 챗봇을 실험 중이나, 해외 OTA의 ‘대화형 예약’이 본격 가동되면 국내 업체도 검색 UX 전면 개선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개인화 추천을 위해서는 막대한 여행 데이터와 개인 위치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보호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한국에서 글로벌 AI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로컬라이징될지 주목된다. 동시에 항공사·호텔·렌터카와의 실시간 재고 연동 표준화를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AI는 여행업에 ‘손쉬운 예약’이라는 가치를 다시 가져오겠지만, 프라이버시·독점·책임소재라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길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이해관계자 모두 균형 잡힌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