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20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나스닥 100이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한 주를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베팅하면서 위험자산 선호(리스크 온) 심리를 대폭 끌어올렸다.
2025년 9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S&P500 지수는 0.49% 오른 5,392.46에, 다우지수는 0.37% 상승한 40,211.23에, 나스닥100 지수는 0.70% 뛰어 18,991.56에 각각 마감했다. 12월물 E-미니 S&P 선물은 0.42%, 12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68% 상승하며 정규장 이후에도 강세를 이었다.
이 같은 랠리는 ‘트리플 위치(Triple-Witching)’이라 불리는 분기 만기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낮은 변동성 속에서 전개됐다. 트리플 위치는 주가지수 선물, 옵션, 개별주식 옵션 등 세 종류의 파생상품이 한꺼번에 만기 도래하는 날을 뜻하며, 통상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분기 만기 규모는 무려 5조 달러(약 6,800조 원)에 달했다.
채권금리는 소폭 상승해 주가 상승폭을 일부 제한했다. 10년물 미국 국채(T-Note) 수익률은 전일 대비 2bp 오른 4.13%를 기록하며 2주 만에 최고치(4.143%)를 찍었다. 주가 상승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줄어든 데다, 유럽 국채 약세가 미 국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준 인사들의 발언… 추가 인하 신호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의 닐 카시카리 총재는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단행한 25bp(0.25%p) 금리인하를 지지하며, 올해 안에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10월 28~29일 열리는 차기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92%로 반영하고 있다.
한편, 연준의 독립성 훼손 논란도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시도한 데 이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의 스티븐 미란 고문이 현 직위를 유지하면서 연준 이사직을 겸임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이러한 정치적 압박은 국채 가격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업 실적·가이던스 호조… 투자심리 자극
기업 측면에서는 3분기 실적 기대치가 상향 조정되며 주가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S&P500 편입 종목의 22% 이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가이던스를 제시했다”며 “이는 최근 1년 새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분석했다.
S&P500 전체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지난 5월 말 6.7%에서 6.9%로 상향됐다.
특히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가 랠리를 주도했다. 애플은 3% 넘게, 테슬라는 2% 이상 올랐고,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는 1%대 상승했다. 엔비디아·아마존도 강보합권을 유지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시가총액 기준 미국 주식시장의 비중이 큰 7개 대표 빅테크 종목을 통칭한다.
개별 종목 뉴스도 풍성했다. 오라클은 메타 플랫폼스와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추진한다는 블룸버그 보도로 4% 넘게 급등했다. 클라비요는 모건스탠리가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하며 4%이상 뛰었다.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 생명보험사 링컨 내셔널도 각각 신규·상향 투자의견에 3% 이상 상승했다.
반면, 어린이 도서 출판사 스콜라스틱은 1분기 주당손실이 시장 예상(-2.44달러)을 밑도는 -2.52달러를 기록해 12% 폭락했다. 하이테크 업종에서는 인텔이 씨티그룹의 ‘매도’(Sell)로 강등되며 3%대 약세를 보였다.
국제·거시 지표 동향
유럽 채권시장은 독일·영국 장기물 모두 2주 만의 고점으로 수익률이 뛰었다. 10년물 독일 국채금리는 2.748%(+2.2bp), 영국 길트금리는 4.715%(+3.9bp)로 마감했다. 독일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2.2% 하락해 1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했다.
영국 8월 소매판매(자동차 연료 제외)는 0.8% 증가해 5개월 만의 최대폭 증가를 나타냈다. 그러나 같은 달 재정적자는 180억 파운드로 시장 예상(125억 파운드)을 크게 웃돌며 재정건전성 우려를 낳았다.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도 스탠스가 엇갈렸다. 마리오 센테노 이사는 “유로존 성장률이 잠재치에 못 미치고, 인플레이션도 목표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가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반면 마르틴 뮐러 이사는 “현 통화정책은 다소 완화적이며, 당장 금리 추가 인하를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일본 증시 흐름
해외 주식시장도 혼조세였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4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0.03% 소폭 상승했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30%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차익 실현 매물로 0.57% 내리며 1주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정치·외교 이벤트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갖고, 틱톡(TikTok) 운영권을 중국 모기업 바이트댄스에서 미국 투자자 컨소시엄으로 이전하는 프레임워크 협상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다음 달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별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처럼 거시·정치·실적 모멘텀 삼박자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 시장은 ‘10월 FOMC 25bp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일부 투자자는 연내 세 차례 인하까지도 가능하다는 ‘초비둘기적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용어 풀이
트리플 위치: 주가지수 선물·옵션, 개별주식 옵션 등 세 가지 파생상품이 동시에 만기 도래하는 날을 말한다. 대규모 포지션 정리에 따라 거래량이 급증하고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매그니피센트 세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 플랫폼스 등 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7개 빅테크 기업을 묶어 부르는 용어다. 이들 종목은 지수 변동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bp(베이시스 포인트): 금리 단위를 나타내는 용어로 1bp는 0.01%p(퍼센트포인트)를 의미한다. 예컨대 25bp 인하는 0.25%p 인하와 같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완화적 신호와 양호한 기업 실적이 맞물린다면 증시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국채금리 급등, 지정학적 위험, 주요 기업 실적 부진 등 리스크 요인에도 늘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