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일부 방송국의 방송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연방정부가 방송시장에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9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ABC·NBC 등 지상파 방송국이 자신에게 ‘적대적’이라는 이유로 FCC가 면허를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브렌던 카 역시 CNBC ‘스콰크 온 더 스트리트’ 인터뷰에서 유사한 취지의 입장을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방송 면허란 무엇인가
미국의 ABC(디즈니), CBS(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NBC(컴캐스트), 폭스(폭스 코퍼레이션) 등 지상파 네트워크는 공중 전파(spectrum)를 사용하기 위해 반드시 연방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소비자는 안테나만 있으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CNN, MTV, FX 등 유료 케이블·위성 채널은 ‘오버 더 톱(OTT)’ 서비스로 분류되며, 가입자가 월 구독료를 지불하는 형태로 제공된다.
ABC 같은 지상파는 지역 뉴스, 스포츠 중계, 프라임타임 드라마·시트콤, 그리고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 등을 편성해 왔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시청 행태가 달라졌지만, 정부 허가→무료 전파 송출→재전송 수수료라는 전통적 모델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넥스타미디어그룹과 신클레어 등 지역 방송국 소유기업은 FCC로부터 전파면허를 임대해 로컬 채널을 운영한다. FCC는 이들 방송사가 ‘공익·편의·필요(public interest, convenience and necessity)’ 원칙을 준수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네트워크 보도가 97% 부정적이었다”며 “허가를 받은 채널이 나에 대해 나쁜 보도만 한다면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
카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지미 키멜이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 피살 사건을 ‘트럼프의 MAGA 운동과 연계했다’며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국민을 오도한다”고 비판했다.
면허를 정말로 취소할 수 있을까?
시러큐스대 뉴하우스스쿨 로이 거터먼 교수는 “면허를 빼앗기까지는 복잡한 조사 절차와 법적 공방이 수반된다”면서 실제 집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동안 FCC 제재는 주로 아동 프로그램 편성, 뉴스 축소, 외설·음란물과 관련해 이뤄졌다. 2004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재닛 잭슨 의상 사고가 대표적 사례다.
거터먼 교수는 “책임 있는 전파 사용은 정부가 듣기 싫어하는 정치적 언사를 제거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내용은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방송사 합병과 규제 완화 압력
방송국 주주들은 스트리밍 확산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9월 18일 ABC가 키멜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하기 전에, 넥스타는 산하 ABC 계열 30개 지역국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사전 편성 대체(pre-emption)’한다고 발표했다.
넥스타는 현재 62억 달러 규모로 테그나와 합병 승인을 요청 중이며, 이는 현행 소유 지분 상한을 넘길 수 있어 FCC 심사가 첨예하다. 신클레어도 경쟁사와의 합병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고 확인했다.
카 위원장은 최근 “소유 제한을 철폐해 전통 방송 모델을 구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혀, 트럼프 행정부(차기)와 정책 방향이 맞물릴 조짐이다.
한편, 케이블·위성 배급사인 차터 등은 지상파를 재전송할 때 가입자당 재전송료(retransmission fee)를 지불한다. 가입자 이탈이 늘어날수록 넥스타 같은 방송국 운영사의 수익도 감소한다.
공시: NBC유니버설의 모회사인 컴캐스트가 CNBC를 보유하고 있으나, 예정된 기업분할로 CNBC는 베르상트(가칭) 산하로 편입될 예정이다.
용어 풀이
스펙트럼(spectrum)은 텔레비전·라디오 전파를 포함한 주파수 자원을 뜻하며, 미국에서는 ‘공공 자산’으로 간주돼 FCC가 사용권을 관리한다.
프리엠션(pre-emption)은 지역국이 네트워크 본사 편성을 자체 제작 또는 다른 콘텐츠로 대체하는 행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