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 특파원]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xAI의 초대형 자금 조달설을 전면 부인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에 “가짜 뉴스다. xAI는 현재 어떤 자금도 조달하고 있지 않다”라고 게시하며 CNBC가 보도한 10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 기사를 정면 반박했다.
앞서 CNBC는 xAI가 2,000억 달러(약 270조 원) 가치평가로 신규 투자를 유치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PitchBook 데이터 기준으로 지난 7월 750억 달러 평가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CNBC는 복수의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정보가 확정적이라고 보도했으나, 머스크의 한마디로 기사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CNBC 기사에 따르면, 해당 자금은 나스닥 상장사인 NVIDIA·AMD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학습에는 막대한 연산 능력이 필요하며, GPU는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부품이다. 하지만 머스크가 부인함에 따라 관련 투자 일정 및 규모도 모두 불확실해졌다.
“xAI는 자금 조달을 진행하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 2025년 9월 19일, X 게시물
이번 해프닝으로 xAI는 OpenAI,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 머스크의 우주 탐사 기업 SpaceX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세계 최고 밸류 스타트업’ 반열에 오를 뻔했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금융·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인 PitchBook은 벤처·사모펀드 투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플랫폼으로, 투자업계에선 기업가치 산정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GPU란 무엇인가?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원래 그래픽 연산을 위해 고안됐지만, 병렬 처리 능력이 뛰어나 대규모 AI 모델 학습의 ‘연산 엔진’ 역할을 한다. CPU가 직렬 연산에 최적화돼 있다면 GPU는 수천 개 코어로 동시에 연산을 수행해 딥러닝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 이에 따라 AI 스타트업은 대규모 파이낸싱을 통해 GPU 클러스터가 장착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머스크의 전략적 함의
머스크의 ‘가짜 뉴스’ 발언은 크게 두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xAI의 실질 기업가치가 아직 2,0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는 방어적 메시지다. 과도한 밸류에이션 부각은 규제 당국과 투자자의 압박을 불러올 수 있다. 둘째, 머스크 특유의 ‘정보 통제 전략’으로, 시장 루머를 조기에 차단해 협상력을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머스크가 실제로 자금 조달을 계획하더라도 변동성 높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 유리한 조건을 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 진단
다수의 벤처캐피털(VC) 담당자들은 “AI 컴퓨팅 자본집약도가 급증함에 따라 100억 달러 규모의 스케일업은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한 VC 파트너는 “머스크의 부인은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카드’일 수 있다”며, xAI가 향후 6~12개월 내 투자 시장에 복귀할 가능성을 점쳤다. 이와 관련해 시장 분석가들은 “GPU 공급 병목이 완화되고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때 xAI가 본격 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내다본다.
투자업계에서는 CNBC-머스크 간 진실공방을 계기로 미디어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트업이 신뢰성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시장은 그 공백을 루머로 채운다는 것이다. 또한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여러 기업—테슬라(Tesla), 스페이스X, 뉴럴링크(Neuralink)—는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기술·자본·인재를 재배치하는 구조를 갖춰, 내부 정보 파편이 증권·통신·제조 등 복합 산업에 파급력을 미친다.
향후 관전 포인트
① xAI의 실제 기업가치 산정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지 ② GPU·AI 반도체 공급망 상황이 머스크의 자금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③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잠재적 부정확 공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등이 핵심 변수다.
결론적으로, 머스크는 자신과 관련된 자금조달 루머에 대해 ‘가짜 뉴스’라는 강도 높은 표현으로 선을 그었다. 그러나 차세대 AI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xAI의 대규모 파이낸싱은 결국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