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국방수권법 개정안, 중·러 국영기업산 디스플레이 국방부 구매 전면 금지 추진

미군 장비 핵심 부품 ‘OLED 디스플레이’ 중·러 의존 차단 움직임

미국 하원이 최근 통과시킨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에 중국·러시아 정부가 후원하거나 지분을 보유한 기업으로부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로써 스마트폰·전투기·전차·웨어러블 전자장비 등 다양한 군용 플랫폼에 필수적인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공급망이 대대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5년 9월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의 오스틴 스콧(Austin Scott) 하원의원은 “적대국으로 규정된 국가가 통제하는 첨단 부품에 의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의 국가안보와 기술 주권을 약화시킨다”며 연방 의회가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목

하원 표결 결과, 찬성 231표·반대 196표로 법안이 가결됐다. 이번 조항은 국방부가 항공기 조종석, 무인기(드론) 지상통제장치, 병사 착용형 HUD(Head-Up Display) 등 핵심 전장 시스템에 들어가는 OLED 패널을 중국 BOE·CSOT, 러시아 정부 산하 국영 전자기업 등 이른바 ‘적성국 지원기업(adversarial backed firms)’으로부터 조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기술은 조종석 디스플레이부터 병사용 전술 가상현실 장비에 이르기까지 군사 장비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적대적 공급원 의존은 명백한 안보 위험이다.” — 오스틴 스콧 하원의원

OLED 디스플레이란 무엇인가?

OLED(Organic Light-Emitting Diode)는 각 화소(pixel)가 자체 발광하는 구조이므로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얇고 가벼우며 고대비·고해상도·저전력 특성이 뛰어나 스마트폰·스마트워치뿐 아니라 야간투시경, 전투기 HUD, 잠수함 콘솔 등 군용 장비에도 폭넓게 활용된다. ※ 기존 LCD 대비 어두운 환경에서의 시인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글로벌 OLED 시장은 한국, 중국, 대만 제조사가 주도하고 있으나, 중국 BOE·CSOT가 대규모 국책 자금과 보조금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를 벌여 미국 수입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 의회는 이를 공급망 ‘목줄 잡기’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주목

상원 승인 절차가 관건

하원을 통과한 NDAA는 상원에서 추가 심의·표결을 거쳐야 한다. 상하원 합의안이 도출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절차를 통해 발효된다. 미 의회 소식통들은 상원에서도 중국 기술 의존도 축소에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조항 삭제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다만 일부 상원의원은 미국 내 OLED 생산능력이 아직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금지 조치가 무기 체계 배치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미 국방부는 ‘국내외 동맹국(한국·일본·대만 등)’과 협력해 대체 공급선 확보를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중국 군사 기업 리스트와의 차이점

스콧 의원이 이번에 제출한 수정안은 앞서 논의됐던 ‘중국 군사 기업 리스트(CMCC) 추가 검토 의무화’ 초안을 넘어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금수 형태로 확장됐다. 기존 안은 국방부가 BOE·TCL 등 일부 중국 기업을 중국 인민해방군(PLA) 연계 기업 목록에 추가할지를 검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개정안은 실제 구매 행위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행정적 지연 없이 즉각적인 효과를 노렸다.


전문적 시각: ‘기술 주권’과 동맹국 협력 강화

한국·일본 패널 업체 입장에서는 미국 방산시장 공급망 확대라는 기회 요인이 생겼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는 군용-등급 AMOLED 개발 라인을 별도 가동해 미 국방부 및 록히드마틴, 레이시온(RTX)과 협업해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메이드 인 USA 아니면 메이드 인 얼라이즈’ 전략이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반면, 중국 측은 미국의 추가 제재를 ‘과도한 기술 봉쇄’로 규정하며 양국 무역협상 카드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중 간 첨단기술 디커플링(decoupling)이 가속화될 경우, 글로벌 IT 제조업 전반에 비용 상승과 공급 지연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향후 일정 및 전망

상원 논의는 이르면 10월 초 시작될 전망이며, 두 의회가 합의한 최종 NDAA 법안은 2026 회계연도 예산이 시작되는 10월 1일 이전 공포가 목표다. 국방·정보기술 업계는 법안 통과 시점을 기준으로 최소 12~18개월 안에 ‘중·러 OLED 완전 배제’ 지침이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조치는 네트워크·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부품 전 영역으로 확대될 잠재력이 크다. 미국 의회가 “기술 주도권 확보가 국가안보”라는 기조를 유지하는 한, 공급망 재편 압력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