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키멜 정직 파문, 디즈니 다시 ‘표현의 자유’ 논란 중심에

뉴욕·로스앤젤레스 — 영화·TV 작가들이 1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표현의 자유 수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미 키멜(Jimmy Kimmel) 정직 조치를 내린 월트디즈니(The Walt Disney Co.)와, 비판 언론인을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을 동시에 규탄했다.

시위는 미국 영화·TV 작가노조(Writers Guild of America, WGA)가 주도했다. 참가자들은 ABC 방송사(디즈니 소유)가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를 무기한 정직시킨 데 반발하면서, 방송·언론의 정치적 독립성을 촉구했다.

2025년 9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키멜은 같은 주 월요일 오프닝 모놀로그에서 극우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Charlie Kirk)의 피살 사건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응을 풍자했다. 이 방송 직후 일부 보수 진영이 거세게 반발했고, 트럼프가 임명한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 위원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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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인허가를 재검토하겠다”

며 ABC를 압박해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경각심을 키웠다.

현지 ABC 계열 지역 방송사 상당수는 키멜이 커크 유족에게 사과하기 전까지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디즈니는 이미 2022년 플로리다의 ‘성소수자 금지 교육법(일명 Don’t Say Gay 법)’ 논쟁 당시 보수층 타깃이 된 바 있어, 반복되는 정치 공세에 직면한 셈이다.

맨해튼 시위에는 ABC 소속 작가 일부도 동참해 “언론 길들이기를 멈추라”는 구호를 외쳤다. 전날 로스앤젤레스 WGA 지부도 ‘지미 키멜 라이브!’ 녹화 스튜디오 앞에서 약 150명의 집회를 열고, 시위 현수막Don’t Bend a Knee to Trump”, “Resist Fascism” 등의 팻말을 흔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주 영국 국빈 방문 중 키멜의 정직을 칭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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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도 없는 코미디언이 훌륭한 신사 찰리 커크를 모욕했다.”

고 말했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는 “방송국 97%가 나를 적대한다.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라고도 언급했으나, 미국 연방법은 정부가 부정적 보도를 이유로 면허를 취소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키멜은 이번 논란 이후 공개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며, 프로그램의 향후 편성 역시 미정이다. 그는 논란의 모놀로그에서 “어른답지 못한 애도 방식”이라고 트럼프를 조롱했고, 커크 사망을 ‘정치적 득점’에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렸다. 민주당 척 슈머(Chuck Schumer) 상원 원내대표는 브렌던 카(Brendan Carr) FCC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의 최대 위협이라며 해임을 촉구했다. 이에 카 위원장은 “나는 물러나지 않는다. 공익을 위해 미디어를 감시하겠다.”고 맞받았다.


용어 해설

연방통신위원회 (FCC)는 라디오·TV·통신 주파수 관리 및 방송 면허 규제를 담당하는 미국 독립기구다. 위원장 포함 5인의 위원이 대통령이 지명·상원 인준 절차를 통해 임명되며, 정치적 중립이 핵심 원칙이다.

WGA(미국 작가노조)는 헐리우드 영화·TV·라디오 작가 약 2만여 명이 가입한 노동조합으로, 임금·표현의 자유·창작권 보호를 위해 단체행동을 주도한다.

ABC 계열 지역 방송사는 O&O(직영국)Affiliate(제휴국)으로 나뉘는데, 각 제휴국은 본사 결정과 별개로 프로그램 편성권을 갖고 있어 지역마다 방송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언론법 전문가들은 FCC 위원장이 특정 발언을 문제 삼아 ‘면허 취소’를 거론한 행위미 수정헌법 1조(언론·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행정 명령이나 새 규제가 실제로 추진될 경우, 헌법소원·연방법원 소송으로 이어져 장기 법정 공방이 불가피하다.

디즈니 입장에서는 2022년 플로리다 주정부와의 갈등 이후 또다시 ‘정치적 이슈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당시는 경영진이 입장 표명을 주저하다 직원들의 반발로 부담이 가중됐고, 이번 사안 역시 콘텐츠 검열 논란이 브랜드 가치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의 글로벌 확장기와 맞물려 미국 시장 내 규제 리스크가 투자 심리에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WGA 또한 성우·영화음악·AI 저작권 등 다층적 의제와 함께 ‘정치적 입막음’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대규모 파업 경험을 지닌 조합원들은 시위 동력을 유지하며, 향후 타 노조와의 연대를 통해 더 큰 사회·정치적 발언권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정치·기업·노동·규제 기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미디어 생태계의 축소판’이다.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언론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크며, 각 방송사와 빅테크 기업이 어떠한 자율규제 원칙위기 대응 전략을 내놓느냐가 글로벌 미디어 산업에도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