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 선물 시장에서 설탕 가격이 연일 하락하며 장중 4년여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10월물 뉴욕 ICE 원당(#11) 선물(SBV25)은 전일 대비 -0.16센트(-1.03%) 하락한 파운드당 15.40센트에서 거래를 마쳤고, 12월물 런던 ICE 백설탕(#5) 선물(SWZ25)은 -4.50달러(-0.98%) 밀린 톤당 454.60달러에 마감됐다.
2025년 9월 1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설탕 시세는 전날에 이어 또다시 급락세를 이어가며 뉴욕 선물 기준 4.25년 만의 근월물 최저치를, 런던 선물 기준 4년 만의 최저치를 각각 경신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공격적인 설탕 생산 확대를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한다.
브라질 설탕·에탄올 산업협회(Unica)에 따르면, 8월 하순(8월 16~31일) 중남부 지역 설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387만2,000t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사탕수수 분쇄 물량 가운데 설탕용 비중도 54.20%로, 지난해 48.78%에서 크게 상승했다. 다만 2025/26 마케팅연도 누적(4~8월) 생산량은 2.6758억t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브라질發 공급 쇼크…인도·태국도 생산 회복 조짐
글로벌 원당 트레이더 수크덴(Sucden)은 인도가 2025/26연도에 400만t의 원당을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전용하더라도, 여전히 400만t 수준의 수출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시장이 애초 예상했던 200만t을 두 배 웃도는 규모다. 인도는 세계 2위의 설탕 생산국이자 핵심 수출국이다.
시장 조사기관 코브리그 애널리틱스(Covrig Analytics)는 “브라질 설탕 공장들이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을 우선시하면서 사탕수수 분쇄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건조한 기후로 사탕수수 착즙 당도가 높아지면서 설탕 채산성이 확연히 개선된 점도 이러한 ‘설탕 선호’ 현상을 부추긴다.
과도한 숏 포지션 역시 향후 가격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9월 9일자 주간 커미트먼트 오브 트레이더스(COT)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펀드들의 뉴욕 원당 선물 순숏 규모는 전주 대비 32,849계약 늘어난 182,608계약으로 약 6년 만의 최대치다.
국제기구·정부 전망 엇갈려…‘공급 과잉 vs. 6년 연속 적자’
국제설탕기구(ISO)는 8월 29일 발표에서 2025/26연도 세계 설탕 수급이 23만1,000t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2024/25연도 488만t 부족에서 적자 폭이 크게 줄기는 하지만, 6년 연속 공급 부족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ISO는 같은 기간 생산량 1억8,060만t(+3.3%), 소비량 1억8,080만t(+0.3%)을 예상했다.
반면 브라질 농업공급회사 코나브(Conab)는 8월 19일 보고서에서 2025/26 브라질 설탕 생산 전망치를 4,450만t으로 3.1% 하향 조정했다. 이는 7월에 발표한 2024/25연도 생산량(4,411만8,000t)이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는 자체 집계와 맥을 같이한다.
영국 상사 차르니코(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를 통해 2025/26연도 세계 설탕이 750만t 흑자로 8년 만에 최대 공급 초과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농무부(USDA)도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전 세계 생산이 1억8,931만8,000t(+4.7%), 재고가 4,118만8,000t(+7.5%)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몬순 득세’ 인도·‘건기 탈출’ 태국…생산 회복세 뚜렷
인도 기상청(IMD)은 9월 18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이 875.3mm로 평년 대비 8% 많다고 발표했다. 풍부한 우기로 파종 여건이 개선되면서 인도 협동조합설탕공장연맹(NFCSF)은 6월 2일 2025/26연도 인도 설탕 생산이 3,490만t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인도설탕공업협회(ISMA)는 2024/25연도 생산이 5년 만의 최저치인 2,620만t(-17.5%)에 머물렀다고 밝힌 바 있다.
태국 사탕수수·설탕위원회(OCSB)는 5월 2일 2024/25연도 설탕 생산이 1,000만t(+14%)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USDA는 태국의 2025/26 생산이 1,030만t(+2%)으로 소폭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① 커미트먼트 오브 트레이더스(COT) 보고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매주 금요일 발표하는 포지션 통계로, 투기적 자금의 매수·매도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② ISO(International Sugar Organization)는 설탕 수급 데이터를 집계·발표하는 국제 기구로, 업계 표준 지표로 활용된다.
③ #11·#5 선물은 각각 뉴욕 ICE 원당, 런던 ICE 백설탕 표준 계약을 의미한다.
전문가 시각·시장 전망
시장 참여자들은 “펀더멘털이 공급 과잉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펀드 순숏 규모가 극단치에 도달해 단기적으로는 반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브라질·인도·태국 등 주요 생산국의 증산 모멘텀이 유지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설탕 가격은 추가 하락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기사 작성 시점 기준, 원문 저자인 리치 애스플런드는 해당 상품이나 관련 증권에 직·간접 보유 지분이 없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투자 자문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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