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중앙은행(Bank of Greece)이 2025년 자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2%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정은 세계 거시경제 변동성, 유럽연합(EU) 경기 둔화 가능성, 그리고 서비스 물가 상승 지속 등 복합적 요인을 반영한 결과다.
그리스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는 민간 소비(private consumption)와 설비 및 건설 투자(investment)가 꼽혔다. 여기에 유럽 구조·회복 기금(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 등 EU 재원(European resources)이 보조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됐다.
1. 성장률 하향의 배경
중앙은행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지연, 유럽 주요 교역 상대국의 성장 둔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 등을 하향 조정의 핵심 요인으로 제시했다. 특히 유가와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가계·기업 심리가 보수적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민간 부문의 투자 의지는 양호하지만, 금리 고점 구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투자집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중앙은행 보고서가 함께 공개됐다.
2. 물가 전망: 2025년 평균 3.1%
2025년 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1%로 제시됐다. 이는 중앙은행이 제시한 물가안정 목표(2% 내외)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서비스 부문 가격 압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관광·운송·외식 등 서비스 업종에서 임금과 원가가 동시에 상승하며 가격 전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상품 가격은 에너지·원자재 가격 안정화에 힘입어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운송·물류비가 고점에서 완전히 내려오지 않아 물가 하방 압력을 제약하고 있다.
3. 민간 소비·투자 추세
그리스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최근 2년간 물가 상승률을 이기는 임금 인상률을 기록하지 못했으나, 고용시장 회복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2025년 실질 민간 소비 증가율을 2.4% 내외로 예상했다.
투자 부문에서는 EU 회복 기금을 활용한 대규모 인프라·그린 전환 프로젝트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전력망 현대화,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확충, 관광 인프라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중앙은행은 “프로젝트 집행 속도가 관건이며, 행정·규제 리스크를 해소해야만 성장 기여도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4. 통화정책 시사점
현재 그리스 기준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경로에 연동돼 있으며, 시장에서는 2024년 말~2025년 초 완만한 인하 사이클 진입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3%대 물가가 고착화될 경우, 통화 완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중앙은행은 “안정적 성장 경로 유지를 위해서는 재정·통화정책 간 조율과 구조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정 확장 일변도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정책 믹스를 주문했다.
5. 용어·배경 설명
EU 재원(European resources)이란 주로 차세대 EU(Next Generation EU) 및 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를 포함하며, 팬데믹 이후 회원국의 경기 회복과 구조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된 대규모 기금을 말한다. 그리스는 총 300억 유로 이상을 배정받아 디지털·친환경 전환 투자, 중소기업 지원, 노동시장 정책 등에 투입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은 재화·상품이 아닌 숙박, 운송, 교육, 의료 등 서비스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이 부문은 임금·인건비 비중이 높아, 노동시장 타이트닝이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상품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서비스 인플레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전반적 물가 하락 속도는 제한될 수 있다.
6. 시장·투자자 관전 포인트
첫째, 금리 인하 시점과 그 속도가 민간 투자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관광 수요 회복이 서비스 물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해야 한다. 셋째, EU 기금 활용 사업의 진행 상황은 그리스 국채 스프레드와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신뢰 신호를 제공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경제는 2010년대 초중반 위기 이후 기초체력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공공부채 비율과 생산성 측면에서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인프라·디지털 전환 투자 외에도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 합리화 등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7. 기자의 시각
성장률 2%대 초반은 과거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마이너스 성장과 비교하면 분명 회복세지만, 구조적 장벽을 넘어 3% 이상으로 가속하기에는 여전히 가시적 한계가 있다. 특히 서비스 인플레가 완화되지 않는 한, 실질소득 개선의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공통으로 강조해온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이 현실화되지 못하면, 하향 조정이 재차 이뤄질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EU 재원이라는 외부 버퍼가 유효하다는 점은 분명 호재다. 기금 집행의 투명성과 속도, 그리고 민간 분야와의 시너지가 결국 2025년 성장률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향후 분기별 경제지표, 특히 투자집행률과 서비스 물가 흐름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구조개혁 속도를 높여야만 하향세가 구조적인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