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12월물 아라비카 커피(KCZ25)는 전일 대비 5.20센트(+1.38%) 오른 379.20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런던 ICE 11월물 로부스타 커피(RMX25)는 3달러(-0.07%) 내린 톤당 2,377달러로 약보합권에서 장을 마감하며 혼조세를 나타냈다.
2025년 9월 19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Barchart 보도에 따르면, 두 원두의 등락이 엇갈린 배경에는 브라질 헤알화 강세와 브라질 주요 산지의 강우 전망이라는 상반된 요인이 자리했다. 헤알화는 달러 대비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브라질 산지 농가의 수출 의지를 약화시켰고, 이에 따라 아라비카 커피 공매도 세력이 급히 포지션을 정리한 것이 주요 상승 동력으로 분석된다.
반면 로부스타 선물가격은 브라질 남동부와 미나스제라이스 주를 포함한 주요 커피 벨트에 다음 주께 ‘소낙비’가 예보되면서 1주일 최저치로 밀렸다. 꽃눈 분화기에 필요한 수분이 공급될 경우 수확량 개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브라질산 커피에 부과된 50% 관세도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브라질산 커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ICE 공인 아라비카 재고는 목요일 기준 658,302포대로 16.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로부스타 재고 역시 6,517로트로 1.75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소비하는 원두의 약 3분의 1이 브라질산임을 감안하면, 현지 재고 충격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는 무엇이 다른가. 아라비카(Arabica)는 고품질·고지대 재배로 풍미가 뛰어나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반면, 로부스타(Robusta)는 상대적으로 저지대에서 재배돼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한 품종이다.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에스프레소 블렌드의 ‘바디감’을 책임지는 원두가 로부스타다.
앞서 9월 16일에는 12월물 아라비카가 계약 최고가, 근월물(U25)은 7개월 최고가까지 오르는 등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는 브라질 동·남부지역의 가뭄 장기화 속에서 개화기에 필요한 수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현지 기상 기관 소마르 메테오로로지아는 9월 13일 기준 미나스제라이스 주에 ‘강수량 0mm’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10월~12월 남반구에 라니냐(La Niña) 발현 확률을 71%로 제시했다. 라니냐는 브라질 남동부에 극심한 건조를 초래할 수 있어 2026/27 수확기 작황에 부정적이다.
브라질 정부 산하 농업공급회사(CONAB)는 9월 4일 발표에서 2025년 브라질 아라비카 생산 전망치를 3,700만 포대에서 3,520만 포대로 4.9% 하향 조정했으며, 전체 커피 생산 전망도 5,570만 포대에서 5,520만 포대로 0.9% 낮췄다. 이는 글로벌 공급 우려를 더욱 부추겼다.
국제커피기구(ICO)는 9월 3일 보고서에서 7월 세계 커피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6% 감소한 1,160만 포대라고 발표했다.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누적 수출 역시 0.3% 줄어든 1억 1,561만 포대였다.
브라질 무역부 통계에 따르면 7월 브라질산 생두 수출은 전년 대비 20.4% 급감한 16만 1,000톤을 기록했고, 민간 수출업체 연합체 세카페(Cecafe)는 같은 달 브라질 그린빈 수출이 280만 포대로 28%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아라비카(-21%)와 로부스타(-49%) 모두에서 두드러진 감소세다.
다만 수급 구조가 일방적으로 타이트한 것만은 아니다.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 코옥스페(Cooxupe)는 9월 12일 기준 조합원들의 2025년 수확률이 98.9%에 달한다고 밝혀, 현물 시장에 ‘수확 압력’이 반영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베트남도 변수다. 극심한 가뭄으로 2023/24 작황이 147만 2,000톤(-20% YoY)으로 쪼그라든 가운데, 베트남 통계청은 2024년 커피 수출이 135만 톤(-17.1% YoY)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커피코코아협회(Vicofa)는 2024/25 생산 전망을 2,800만 포대에서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통계청은 2025년 1~8월 수출이 114만 1,000톤(+7.8% YoY)이라고 밝혀 단기적으로는 공급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시장 장기전망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 농무부 산하 해외농업서비스(FAS)는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세계 커피 생산이 2.5% 증가한 1억 7,868만 포대(60kg 기준)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다만 아라비카는 1.7% 감소(9,702만 포대), 로부스타는 7.9% 증가(8,166만 포대)로 품종별 희비가 예상된다. 같은 기관은 브라질 생산이 소폭(+0.5%) 늘어 6,500만 포대, 베트남은 6.9% 급증한 3,100만 포대로 4년 만의 최고치를 전망했다. 2025/26 기말 재고는 2,281만 9,000포대로 4.9% 늘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스위스 커피 트레이더 볼카페(Volcafe)는 세계 아라비카 시장이 2024/25 시즌 -550만 포대 적자에 이어, 2025/26 시즌에는 -850만 포대 적자로 5년 연속 공급 부족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시각에서 보면, 헤알화 강세는 단기적으로 브라질 농가의 판매 의지를 둔화시키며 아라비카 가격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브라질 주요 산지의 ‘소낙비’가 실제로 예보대로 내린다면 개화·결실 단계에서 생육 조건이 개선돼 2026/27 시즌 공급 우려가 완화될 수도 있다. 또한 미국과 브라질 간 무역 마찰(50% 관세)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로스터(로스팅 업체)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설 가능성이 커 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투자 관점에서는 아라비카·로부스타 가격 차(스프레드)가 역대 평균보다 확대되고 있어, 헤지펀드 및 기관투자가들의 차익거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라니냐·강우·통화정책 등 복합 변수를 고려할 때, 급등락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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