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기업의 분기별(Quarterly) 실적 공시 의무를 폐지하고 반기별(Semiannual) 보고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2025년 9월 19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폴 앳킨스(Paul Atkins) SEC 위원장은 CNBC 프로그램 ‘Squawk Box’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게시물을 환영한다”며 “현행 규정을 변경하는 규칙 개정안을 곧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앳킨스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현행 보고 주기를 조정하는 것이 전향적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위원회 내부 검토를 거쳐 찬반 의견을 수렴한 뒤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폴 앳킨스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이번 제안은 불필요한 규제 부담을 줄이자는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Anna Moneymaker | Getty Images
1.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 주문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9월 15일 자신의 SNS 계정에 “기업이 단기 실적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4분기마다 실적을 발표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대신 “6개월마다 보고하면 장기 투자와 혁신이 촉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SEC 대변인은 당시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앳킨스 위원장이 규정 개정 작업을 우선 순위에 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 현행 규정과 변경 절차
현재 미국 상장사는 10-Q(분기 보고서)와 10-K(연차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실적 전망(가이던스) 공시는 의무가 아닌 자율이다. SEC 규칙을 바꾸려면 5인의 위원 가운데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2025년 9월 기준 SEC 의결 구조는 공화당계 3명, 민주당계 1명, 1석 공석이다. 따라서 공화당이 주도하는 3-1 의결 구도에서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3. 배경: 분기보고 vs 반기보고
분기보고 제도는 1970년대 이후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은 “단기 실적 압박으로 연구개발(R&D)·장기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호소한다.
반면 투자자 단체와 애널리스트들은 “정보 공백이 길어지면 정보 비대칭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럽연합(EU)은 2014년 의무적 분기보고를 폐지했으나,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분기 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4. 규제 변화가 미칠 잠재적 영향
① 기업 비용 절감
분기보고 폐지로 감사·컨설팅·IR 비용이 감소할 수 있다. 소규모 기업에는 재무·법무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② 장기 전략 강화
6개월 간격 공시는 경영진에게 장기 전략을 펼칠 ‘호흡’을 제공할 수 있다. 애플, 아마존 같은 대형 기업도 R&D 집행에 보다 유연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③ 정보 공백 리스크
기관투자자들은 “분기마다 시장과 소통하며 리스크 관리 및 투자 판단을 조정해 왔다”며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스타트업·고성장 기업의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④ 법적·정치적 변수
미국 의회가 SEC의 결정에 제동을 걸 가능성은 낮지만, 대선 주자들의 입장 변화에 따라 규제 방향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
5. 전문가 진단과 전망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의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단기 실적 집착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정보 공시 빈도가 줄어드는 만큼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체 지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월가 투자은행 관계자는 “SEC가 공개협의(퍼블릭 코멘트) 절차를 거칠 경우, 기관투자자·소액주주·감사법인 등 이해관계자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시장 관측통들은 “공화당 우위 구조를 고려할 때 2026년 상반기까지 최종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다만 국제회계기준(IFRS)과의 정합성, 다른 규제기관(예: 연방준비제도)과의 협조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6. 용어 설명
10-Q: 미국 상장사가 분기마다 제출하는 재무제표·운영보고서.
10-K: 미국 상장사가 연 1회 제출하는 연차 보고서로, 기업 개요·재무성과·위험요소 등을 담는다.
퍼블릭 코멘트: 규제 변경안이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게재된 뒤 일정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 이해관계자가 서면으로 찬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7. 기자의 시각
이번 발표는 미국 자본시장 규제에 있어 중장기 전략과 시장 투명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실험적 정책으로 평가된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업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SEC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얼마나 폭넓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최종 규정의 실효성과 수용도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