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권사 번스타인(Bernstein)이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의 향후 10년 성장 동력으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활용과 혁신 제품 개발을 꼽으며, 이에 부합하는 기업들이 ‘차세대 승자(next winners)’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번스타인 리서치 총괄 보리스 판(Boris Van) 애널리스트가 이끄는 팀은 ‘새로운 시대의 전략(playbook)’을 수용할 준비가 된 기업만이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우리가 커버하는 섹터는 하나의 구조적( secular ) 트렌드가 끝나고 또 다른 트렌드가 시작되는 접점에 놓여 있다”며 “디지털 침투율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정체되는 반면 생성형 AI 혁명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정체 이후의 ‘킬러 프로덕트’를 찾아라
번스타인은 ‘지배적 플레이어(dominant players)’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내재화된 기술로 탄생한 결정적 제품(킬러 프로덕트), 다른 하나는 강력한 생태계 관계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접근성이다. 두 요소 중 하나라도 충족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콘텐츠 지적재산권(IP)과 이를 수익화하는 능력이 경쟁 우위를 결정짓는다.” — 번스타인 보고서 중
스트리밍 음원의 선두주자, 텐센트 뮤직
보고서는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사례로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Tencent Music Entertainment, TME)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텐센트 뮤직은 확장 중인 생태계(expanding ecosystem)와 프리미엄 제품군(premium products)을 기반으로 IP 수익화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번스타인은 “스트리밍 음원 시장은 강력한 IP 보호를 통해 콘텐츠 가치를 효과적으로 현금화할 수 있는 대표적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ERP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AI 생산성’의 촉매
기업 자원 계획(Enterprise Resource Planning, ERP) 소프트웨어는 회계·인사·공급망 등 핵심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번스타인은 “ERP가 생성형 AI와 결합할 경우 업무 자동화·예측·비용 절감 효과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며 클라우드 전문 기업 킹디( Kingdee )를 잠재적 수혜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대·중형 기업을 대상으로 한 킹디의 ERP 전문성은 AI 도입으로 수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ERP는 ‘전사적 자원 관리’로 번역되며, 기업 내부의 재무·인력·재고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이다.
글로벌로 뻗어가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
중국의 온라인 여행사(OTA)들도 ‘차세대 승자’ 리스트에 포함됐다. 번스타인은 트립닷컴(Trip.com)이 해외 확장을 이어가며 가격 경쟁력(structural advantage)을 통해 국제 경쟁사들을 방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방대한 숙박·항공 재고와 중국 내외 관광 수요 회복이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로보택시·자율주행, 도시 이동과 물류를 재편
보고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모빌리티와 물류 전반을 혁신하면서 “사회 전체에 가장 큰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번스타인은 PonyAI, WeRide, 바이두(Baidu)를 로보택시(robotaxi) 분야의 핵심 리더로 지목했다. “기술 우위를 보유한 이들 선두 기업은 비약적인 기술 진보와 함께 산업 초기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로보택시는 ‘로봇(robot)’과 ‘택시(taxi)’를 합친 신조어로,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가리킨다.
“PonyAI, Baidu, WeRide와 같은 업체들은 기술적 선도( strong technology lead )를 바탕으로 가속화되는 채택(adoption)을 선점할 것이다.” — 번스타인 보고서 중
전문가 관점: ‘전략적 민첩성’이 관건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은 번스타인의 이번 보고서가 ‘기술·콘텐츠·생태계’ 세 축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중국 테크 기업들은 미·중 기술 경쟁, 규제 환경 변화,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복합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신적인 제품 파이프라인과 데이터·콘텐츠 자산을 갖춘 기업만이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번스타인의 시각이다.
특히 ERP·클라우드, 스트리밍 음원, 로보택시와 같은 세부 분야는 ‘AI 접목 후폭풍’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AI 모델 학습을 위한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이를 상품·서비스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이 기업 가치의 핵심 척도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① 정책·규제: 중국 정부의 기술 자립(tech self-reliance) 기조가 클라우드·AI·콘텐츠 산업에 미칠 수혜 또는 부담을 얼마나 조정할지 주목된다.
② 글로벌 경기: 해외 여행 수요가 회복세를 이어갈 경우 트립닷컴의 외형 확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③ 기술 상용화 시점: 로보택시의 대도시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지면 PonyAI·Baidu·WeRide의 수익 모델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번스타인은 중국 IT 섹터가 ‘디지털 침투 정체’ → ‘AI 도약’이라는 전환기에 있다고 평가하며, ‘전략적 민첩성’(strategic agility)을 갖춘 기업만이 차세대 승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