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노동시장 약세가 물가 위험보다 크다” 진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닐 카시카리(Neel Kashkari) 총재는 최근 발표한 장문의 에세이에서 노동시장의 급격한 냉각 가능성을 경고하며, 자신이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찬성표를 던진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카시카리 총재는 “물가보다 노동시장이 더 큰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연준 내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기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최근 4개월 연속으로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성장률 하락과 비(非)농업 신규고용 부진이 단순한 계절적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카시카리는 4개월 연속 부진한 고용보고서(Non-farm Payrolls)를 언급했다. 미니애폴리스 연은 이코노미스트들이 분석한 결과, 최근 고용 둔화 중 약 33%~50%는 코로나19 이후 이민 감소로 설명되지만, 나머지는 기업의 채용 수요 위축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그는 “노동 수요 약화가 명백하다”고 단언하며, 명목 임금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조 근거로 제시했다.

주목

“노동시장은 약해지고 있다. 반면 금융시장은 과열 국면이다.” – 닐 카시카리

카시카리는 금융시장 ‘쌍둥이 신호’를 지목했다. 러셀 2000 지수 등 주요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 근처를 맴도는 동시에 비트코인, 이른바 ‘밈(meme) 주식’ 등 투기성 자산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또한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신용스프레드)가 역사적 저점으로 축소돼 있어 위험선호가 극단적으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중립금리(R*) 가설

이 같은 상반된 신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 그는 ‘중립금리(R*) 상승’ 가능성을 제시했다. R*는 경기 과열이나 침체를 유발하지 않는 장기 균형금리로, 만약 R*가 이전에 예상했던 2%대에서 3% 이상으로 높아졌다면, 현행 정책금리는 사실상 긴축적이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카시카리는 연준 장기 균형금리 추정치를 3.1%로 상향했다.

카시카리는 또한 자본 이동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지적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 중심 산업으로 자본이 이동하면서, 노동 수요는 둔화하는 반면 주가는 상승하는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테크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적은 인력으로도 높은 수익을 기록하며, 이는 고용지표와 주가 간 괴리를 확대한다는 분석이다.

물가 압력에 대한 시각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카시카리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여전히 ‘닻을 내리고 있다(anchored)’고 평가하며, 임금-물가 악순환(wage-price spiral)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임금 증가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악순환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낮다”고 언급했다.

주목

관세·공급망 변수

그는 앞으로 1~2년간 관세 불확실성이 물가를 3% 안팎에서 고착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이미 발표된 관세율과 미국 소비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물가가 3%를 크게 상회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통화정책 시사점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카시카리는 올해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3회 단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당초 2회 예상). 그는 “연준은 미리 정해진 경로(preset course)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면서,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카시카리 총재의 발언이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 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노동시장이 추가로 빠르게 약화되면, 연준이 가을 또는 연말 이전에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앞당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용어 해설

  • 중립금리(R*) :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과도하게 자극하거나 억제하지 않는 이론적 금리 수준이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R*보다 낮추면 경기 과열 가능성이, 높이면 경기 둔화 위험이 커진다.
  • 신용스프레드 : 같은 만기의 안전자산(주로 미 국채)과 회사채 간 금리 차이를 말한다. 스프레드가 좁아질수록 시장이 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위험자산 선호가 높다는 뜻이다.
  • 밈(Meme) 주식 : 온라인 커뮤니티의 유행·농담 등을 통해 급격히 주목받으며,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가격이 급등락하는 종목을 가리킨다.

기자 해설 : 카시카리 총재는 그간 연준 내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돼 왔으나, 최근에는 물가가 2% 목표에 근접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노동시장 경착륙 방어’를 명분으로 선제적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2020년 팬데믹 당시 실업률 급등으로 발생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학습효과로 삼은 결과로 보인다. 다만 금융시장이 과열되면 유동성 공급이 다시 투기적 버블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FOMC 내부의 의견 대립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결국 연준은 ‘이중 책무(물가 안정·최대 고용)’라는 미묘한 균형 위에서, 물가가 3% 초반에 머무는 동안 얼마나 과감하게 노동시장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시장 역시 매월 발표되는 고용보고서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통해 연준의 정책 선회 임계점을 가늠하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