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연준, 금리정책 선택지 모두 위험…‘진퇴양난’에 빠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기준금리 인하 이후 향후 통화정책을 놓고 ‘무(無)위험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모건스탠리가 진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연구진은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악화되는 가운데, 연준이 고용과 물가 중 어느 쪽에도 완벽히 안심을 줄 수 없는 난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게이펜(Michael Gapen)이 이끄는 팀은 최신 보고서에서 “노동시장 둔화와 끈적한(sticky) 물가 압력이 동시에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연준은 금리를 통해 두 변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지만, 양쪽 모두에 즉각적인 해법을 제시하긴 어렵다”고 짚었다.

연준의 이중 목표(dual mandate)는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기업 투자와 고용 창출을 북돋우지만, 과도한 수요 자극은 오히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 이번 9월 회의에서 연준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해 목표 범위를 4.00%~4.25%로 낮췄다.

주목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인하는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 차원”이라며 “노동지표 약화가 정책 결정에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고용 측면의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관세(tariff)로 유발된 일시적 물가 상승이 시간이 지나면 완화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따라 연준은 경기부양 쪽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보다 중립적 수준으로 정책금리를 이동시키려는 연준의 의도와 달리,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닷플롯’이 말해주는 추가 인하 시나리오

연준 점도표(dot plot)는 위원별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다. 새로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대부분의 위원이 2025년 말까지 0.50%p의 추가 인하를 예상했다. 이는 6월 점도표 대비 최종금리 예상치가 3.50%~3.75%로 0.25%p 낮아진 수치다.

다만 19명 중 7명은 올해 인하 폭이 더 작을 것이라고 봤으며, 1명은 아예 4.25%~4.50%의 기존 범위를 2025년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냈다. 이견이 큰 만큼 10월·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격렬한 논쟁이 예고된다.

시장 반응도 팽팽하다. 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10월 회의에서 0.25%p 추가 인하 가능성을 약 92%, 12월에도 같은 폭 인하 가능성을 80% 안팎으로 반영하고 있다.

주목

연준 전망: 성장·실업·물가의 교차로

연준이 제시한 거시경제 전망치에 따르면, 2025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1.6%로 6월 전망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연말 실업률4.5%, 근원물가(PCE 기준)3.1%로 제시돼 물가 목표(2%)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연준은 물가가 목표치로 수렴하는 시점을 2028년으로 늦춰 잡았다.

모건스탠리는 “기준 시나리오상 내년까지 물가는 오르고 소비는 둔화한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는 2026년 2분기 이후에야 소비가 재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로 인한 원가 상승분을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할 경우, 이익률(margin)이 압박받아 해고가 늘어날 노동시장 리스크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는 이런 리스크를 경감할 수 있지만, 자칫 고물가를 장기화할 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고 평가했다.

‘새장에 갇힌 비둘기’…연준의 정책 딜레마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고용 부양물가 억제라는 상충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진퇴양난(between a rock and a hard place)’에 놓였다고 표현했다. 낮은 금리는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지만, 재정지출 확대 효과까지 증폭시켜 인플레이션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궁극적으로 중립금리(경제를 부양도 억제도 하지 않는 이론적 수준)를 찾지 못하면, 인하와 동결을 반복하는 정책 피로도(policy fatigue)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지속적인 관세 정책이 공급 측 비용을 자극하고, 기업이 이를 인건비 축소로 대응하면 실업률 상승→수요 위축→디플레이션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해설: 점도표·관세 인플레이션의 의미

점도표(dot plot)는 FOMC 위원 19명이 각자 예상하는 향후 기준금리를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로,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시장의 ‘지도’ 역할을 한다. 점도 간 간격이 넓을수록 위원 간 시각차가 크다는 뜻이다.

또한 관세(tariff)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수입품 가격 상승이 국내 생산비와 소비자 가격에 파급되며, ‘코스트 풀(Cost-push)’ 인플레이션을 촉발한다. 이는 수요 견인(Demand-pull) 인플레이션과 달리 금리 인하가 해결책이 아닐 수 있어, 통화당국에는 더욱 골칫거리다.

기자의 시각

현재 연준은 장기 물가안정단기 고용안정 중 하나를 희생할 각오 없이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과거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도 통화완화로 고용을 지키려다 오히려 고물가가 고착화된 선례가 있다. 달러 강세와 미 국채금리 변동성까지 감안할 때, 연준의 ‘단기 실용주의’가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 주목된다.

결국 시장은 향후 물가 지표고용 통계에 즉각 반응하며 연준을 압박할 것이다. 10월과 12월 FOMC 회의는 단순한 금리 인하 여부를 넘어, 연준이 “성장과 물가 중 무엇을 더 중시하는지”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