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 “美 부채 급증 속 금·비(非)법정통화가 가치 저장 수단으로 부상”

레이 달리오, ‘빚 더미’ 속 비(非)법정통화 가치 재조명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창립자이자 ‘투자의 구루’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전 세계적으로 불어나는 국가 부채로 인해 주요 통화가 평가절하 압력에 놓였으며, 이로 인해 금과 비(非)법정통화(non-fiat currencies)가 더욱 강력한 가치 저장 수단(store of value)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5년 9월 19일, CNBC뉴스 보도에 따르면 달리오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퓨처차이나 글로벌 포럼 2025(FutureChina Global Forum 2025)’ 기조연설에서 미국 정부의 과도한 지출과 급증하는 부채 수준이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로 인해 달러 중심의 통화질서 역시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각국 정부가 방만한 지출과 차입을 억제하려 하지 않을 때, 모든 법정통화(fiat currency)부(富)의 저장고로서 매력을 상실할 위험을 안는다”며, “결국 투자자들은 대안적 자산인 금과 비법정통화—대표적으로 암호자산이나 실물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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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배분 해법으로 ‘금 10%’ 제시

달리오는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의 약 10%를 금으로 편입해 리스크를 완화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금은 이미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준비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

하며, “달러·유로·엔 등 전통적 기축통화의 가치는 금에 대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같은 패널 토론에 나선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 출신 엔지니어 출신 투자 전문가 응 콕 송(Ng Kok Song) 아반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Avanda Investment Management) 회장도 “미국의 부채 구조는 이미 임계점(tipping point)을 넘어섰다”며 “언제 위기가 현실화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시계열로 볼 때 위험은 분명히 누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프랑스·일본·중국 등 선진국·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재정 건전성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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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와 ‘금 FX’의 반전

올해 들어 달러화는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10% 넘게 하락했으나, 달리오는 “유로·엔·위안 등 여타 통화 역시 금 대비 가치를 잃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금이 상대적·절대적 기준 모두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법정통화(fiat currency)란 정부가 법률로서 ‘화폐’ 지위를 부여한 통화를 의미한다. 반대로 비법정통화(non-fiat)는 정부 발행·보증을 받지 않는 화폐 또는 자산을 가리킨다. 대표적으로 금, 은, 비트코인 같은 암호자산, 혹은 일부 원자재·토지 등이 꼽힌다. 달리오가 말하는 ‘non-fiat’에는 실물 자산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광범위한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2조 달러 추가 국채 발행 불가피” — 수급 불균형 경고

달리오는 미국 정부가 수년간 ‘과소득(over-spending)’을 지속한 결과, 세입(稅入)의 6배 규모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자 2조 달러, 이자 비용 1조 달러, 그리고 만기 도래하는 9조 달러의 차환(roll-over)을 위해 앞으로 총 12조 달러 규모의 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구체적 시점은 제시되지 않음

그러나 그는 “글로벌 채권시장은 이러한 공급 물량을 소화할 수요 기반이 충분치 않다”며, “결국 금리 상승·달러 약세·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발생하는 ‘트리플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 균형 3% 목표 제안…美 의회는 ‘소극적’

달리오는 워싱턴 정가에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정파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채무 축소에 공통적으로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통과된 대규모 감세·지출 확대 법안이 향후 10년간 3조4천억 달러를 추가로 국가부채에 얹을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럼에도 그는 “달러는 여전히 ‘교환 매개(medium of exchange)’로서 지위를 당장 잃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제 무역과 결제 인프라에서 달러의 네트워크 효과가 여전히 막강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중국 위안화의 비중 확대가 달러 지위에 부분적 균열을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자 해설 — ‘허약한 축적경제’ 시대의 포트폴리오 전략

이번 발언은 미 연방정부의 재정 불균형이 ‘만성 질환’으로 굳어졌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부각한다. 가치 저장교환 수단이라는 통화의 ‘두 얼굴’을 분리해 사고해야 한다는 달리오의 메시지는, 통화 체제 변곡점에서 투자자가 취해야 할 현실적 대응 전략으로 읽힌다.

특히 장기채 금리가 구조적으로 상승할 경우 채권·주식·부동산 등 레버리지(차입) 기반 자산의 할인율이 재조정된다. 이에 따라 준(準)통화로 기능하는 금고정 발행량 디지털 자산이 위험 조정 수익률을 개선할 ‘바스켓 방어막’으로 평가된다.

투자 실무 측면에서 달리오가 제안한 ‘금 10% 룰’은 변동성 완충 효과와 유동성 관리의 균형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점에서 개인·기관 투자자 모두 참고할 만하다. 다만 비법정통화 중 암호화폐는 국가 규제·시장 구조·가격 변동성 등 변수가 크므로, 분산 투자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

결국 ‘슈퍼 달러’ 시대가 길어질지, ‘금본위 회귀’ 혹은 ‘디지털 통화 분산체제’로 진화할지는 미 재정·통화 당국의 정책 조합, 그리고 국제투자자들의 신뢰 심리가 가늠자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