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경제신문이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2단(스택) 구조의 HBM3E 제품에 대해 미국 그래픽 처리장치(GPU) 설계사 엔비디아의 자격 시험(qualification test)을 통과했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승인 절차는 삼성전자가 해당 제품 개발을 완료한 지 약 18개월 만에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신뢰성과 호환성 측면에서 엔비디아 검증을 받았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12단 HBM3E는 고성능 인공지능(AI) 가속기와 데이터 센터용 GPU에 탑재되는 첨단 메모리 솔루션이다. 칩을 수직으로 12겹 쌓아올려 용량과 대역폭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회로 간 거리가 짧아져 데이터 전송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AI 학습 모델이 요구하는 방대한 파라미터를 처리하려면 HBM3E급 메모리가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HBM이란 무엇인가?
HBM(High Bandwidth Memory)은 기존 DRAM보다 다층 적층(3D 스택) 구조를 통해 폭발적인 데이터 전송 속도를 구현하는 메모리 규격이다. ※서버·AI·고성능 컴퓨팅(HPC) 분야는 대규모 병렬 연산을 위해 메모리 병목현상 해소가 필수이므로, HBM 수요는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HBM3E는 5세대 제품으로, 초당 전송 속도가 이전 세대(HBM3) 대비 약 15%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의 자격 시험 절차
대형 반도체 고객사는 신규 메모리 부품을 GPU·AI 가속기 플랫폼에 통합하기 전 발열, 전력, 신호 무결성, 장기 신뢰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를 통과해야만 대량 공급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이번 통과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라인업에 들어갈 우선 공급 자격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PC·모바일 메모리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지켜왔지만, HBM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 승인으로 고부가가치 AI 메모리 분야 경쟁력을 공식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메모리 생태계 내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산업·투자 관점에서의 함의
메모리 업체들은 HBM 단층 수와 적층 공정을 고도화하며 열 적층(thermal bonding)·TSV(실리콘 관통 전극)·첨단 패키징 기술을 앙상블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는 장비, 소재, 패키징 솔루션 업체 전반에 걸친 파급 효과를 동반한다. 또한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HBM 공급망 전반에 구조적 수요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자격 시험 통과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기회를 확보했으며, 향후 대량 공급 계약이 체결될 경우 연간 메모리 매출 구조가 PC·스마트폰 중심에서 데이터 센터 중심으로 빠르게 개편될 수 있다.
※ 용어 설명Glossary
• HBM3E : HBM 세대 중 최신 규격. ‘E’는 ‘Extended’ 또는 ‘Enhanced’를 의미한다.
• Qualification Test : 대형 고객사가 부품 호환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시험 절차.
• 12-Layer(12-Stack) : 12개의 DRAM 다이를 수직 적층한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