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전망]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다시 한 번 투자자들의 레이더에 올랐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이후 첫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스위스와 호주·영국·유로존 등 각국의 거시지표가 잇따라 공개될 예정이다.
2025년 9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글로벌 자산시장은 주택 지표, 내구재 주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스위스국립은행(SNB) 회의, 유엔총회(UNGA) 등 굵직한 이벤트가 몰려 있는 만큼 ‘데이터 주도(price‐in) 매매’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Ⅰ. 미국: 다시 불거진 ‘연속 인하’ 베팅1(Back to rate cuts)
연준은 12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발표되는 8월 신규주택 판매·기존주택 판매, 8월 내구재 주문, 2분기 GDP 수정치, 9월 소비심리지수, 8월 PCE 물가가 달러 방향성의 키 트리거가 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보다는 성장 모멘텀 둔화 여부가 더 중요해졌다”
라는 월가의 평가대로, 시장은 특히 PCE 물가가 2% 목표에 얼마나 근접하는지를 면밀히 따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선호하는 이 지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 미 달러화(DXY) 지수는 2022년 이후 최저치 경신 압력을 받을 수 있다.
Ⅱ. 스위스 프랑: ‘제로 금리’ 고수 여부 주목2(A franc discussion)
오는 25일(목) 개최되는 SNB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은 기준금리(현 0.00%) 동결을 예상하고 있다. 프랑화는 올 들어 달러 대비 약 15% 급등하며 2002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폭을 기록 중이다. 유로 대비로는 7년 연속 상승해 총 30% 가량 절상됐다.
네슬레·노바티스·리치몬트 등 수출 대기업은 강세 통화와 대미 관세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다만 최근 스위스 소비자물가가 반등해 “추가 완화 근거가 약하다”는 판단도 있다.
Ⅲ. 유로존·영국: 제조업 PMI·서비스업 PMI가 가늠자3(Tariff barometer)
24일(화) 발표될 9월 예비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유럽 제조업이 바닥을 통과했는지, 그리고 서비스업 확장세가 유지되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ECB가 9월 회의에서 정책금리 2.00% 동결 후 상대적으로 낙관적 전망을 제시한 만큼, PMI 반등 시 유로화에는 순풍이 될 수 있다.
같은 날 공개되는 영국 ‘플래시 PMI’도 주목된다.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세금 인상 우려·선진국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기업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8월 영국 서비스업 PMI가 1년 만에 최고를 찍었지만, 지속 가능성은 미지수다.
Ⅳ. 호주: RBA 회의 전 물가 완화 신호?4(Abating pressures)
25일(수) 발표되는 8월 호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0일 예정된 호주준비은행(RBA) 결정의 바로미터다. 7월 전기요금 급등으로 CPI가 예상치를 2.8%p 상회한 후, 정부가 전기료 보조금을 지급한 만큼 8월 수치는 둔화 가능성이 크다.
같은 기간 고용지표는 고용 감소·실업률 유지로 노동시장 냉각을 시사했다. RBA 사라 헌터 부총재는 경제 전망이 “상·하방 균형”이라며 경계 기조를 유지했다.
Ⅴ. 뉴욕 유엔총회: ‘Not So United’ 외교 전선5(Not so United Nations)
세계 각국 정상은 23~27일 뉴욕에서 열리는 제79차 유엔총회에 모인다. 올해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귀 연설, 가자지구·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핵 갈등 등으로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 주최하는 23일의 중동평화 정상회의에서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 논의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화) 연설에 나서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및 반인도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7일(금)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각각 연단에 선다. 한편, 미국 우방 일부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준비 중이며, 이란은 ‘스냅백 제재’ 복원을 막기 위한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다.
용어 해설
① PMI(Purchasing Managers’ Index)는 제조업·서비스업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 생산, 고용 등 5개 부문을 조사해 경기 확장(50 이상)·수축(50 미만)을 판단하는 경기선행지표다.
② PCE 물가(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Price Index)는 미국 상무부가 집계하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표로,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물가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CPI보다 품목 가중치가 유동적으로 조정돼 실제 체감물가를 잘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③ 스냅백 제재는 이란 핵합의(JCPOA) 참여국 중 한 곳이라도 이란의 합의 불이행을 유엔안보리에 통보하면, 자동으로 2015년 이전 모든 유엔 제재가 부활하도록 설계된 조항을 말한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발 완화 사이클이 띄우는 위험선호 심리”와 “우크라이나·중동 지정학 리스크” 간 힘겨루기가 증시 변동성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특히 달러 약세 국면이 심화될 경우 신흥국 통화·원자재·비달러자산으로의 자금 재배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스위스·호주·영국처럼 “물가 둔화 국면에서도 금리 동결을 선호하는 중앙은행”이 늘어나면서, 연준과의 정책 차별화가 완화폭의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번 주 발표될 거시지표에서 ‘하드데이터’와 ‘소프트데이터’를 모두 점검하며 연내 추가 완화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