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엔비디아 동맹…반도체 장비주에 미칠 영향은

【산업·반도체】 세계 최대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사인 인텔(Intel)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절대강자 엔비디아(NVIDIA)가 손을 맞잡으면서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25년 9월 19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및 PC 시장을 겨냥한 신형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투자 규모만 5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에 달하며, 엔비디아는 인텔 지분 약 4%를 확보해 단숨에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발표 직후 인텔 주가는 22.8% 급등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더불어 노듈러 장비(wafer fab equipment)와 패키징 장비를 공급하는 중소형 반도체 장비업체 주가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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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퍼 공급 계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스티펠(Stifel) 애널리스트 노트

그러나 양사의 협력 범위에는 파운드리(위탁생산) 공급 계약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엔비디아가 자사 GPU를 인텔 파운드리에서 양산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단기적으로 인텔의 설비투자(capex)를 끌어올릴 확실한 ‘보험’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시장은 신중론도 병존하고 있다.

스티펠은 “웨이퍼 공급계약이 부재하기 때문에 2026년 인텔 설비투자 하단 레벨이 높아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짚었다. 인텔은 이미 2026년 자본적 지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통상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설비투자의 15~20%를 차지해 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비중이 축소되는 추세였다.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들은 2026년 웨이퍼 팹 장비 수요에 대해 여전히 보수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TSMC·삼성전자·일본 라피더스(Rapidus) 등 경쟁사의 설비 증설이 예정돼 있어, 2025년 고급 로직(advanced logic)과 파운드리 투자는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중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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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데이터센터 및 PC 플랫폼이 실제 양산·상용화되는 시점 역시 불투명하다. 따라서 장비업체들은 매출이 언제 본격적으로 인식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질적 수혜 후보로 거론되는 영역은 첨단 패키징·테스트다. 엔비디아가 GPU 타일을 인텔의 칩렛(chiplet) 기반 PC 플랫폼에 통합하려면 다층(3D) 패키징 및 후공정 테스트 공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스티펠은 테스트 솔루션 전문기업 폼팩터(FormFactor)를 잠재적 최대 수혜주로 지목했다. 인텔이 폼팩터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해 왔으며, PC·엣지 AI(Edge Artificial Intelligence) 시장에서 칩렛 설계가 핵심 동력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 용어 해설
칩렛(Chiplet): 다양한 기능을 가진 작은 반도체 조각을 모듈처럼 조립해 하나의 시스템 반도체를 구현하는 설계 방식이다. 대형 단일 다이를 제조할 때 발생하는 수율(결함 없는 칩 비율) 문제를 최소화한다.
엣지 AI: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디바이스(스마트폰·PC 등)의 끝단(Edge)에서 즉시 처리·분석해 초저지연(Latency)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기술을 의미한다.

기자 진단 — 협력이 진행되면 인텔은 반도체 설계(IP)뿐 아니라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고속 인터커넥트 등 패키지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첨단 패키징 장비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며, 국내외 후공정 장비업체에는 구조적 수혜가 예상된다.

또한 엔비디아가 최초로 ‘CPU+GPU 이종(heterogeneous) 플랫폼’을 PC 영역에 적용할 경우, 기존 x86 생태계의 경쟁 구도에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PC 제조사들의 플랫폼 다변화를 가속해 부품 단가와 BOM(bill of materials)을 상승시킬 여지를 지닌다.

양사는 재무적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차세대 제품을 여러 세대에 걸쳐 공동 개발한다”고만 밝힌 상황이다.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세계 1·2위 팹리스(fabless) 기업의 긴밀한 기술 결합이 업계 전반에 ‘규모의 경제’를 재정의할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