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19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시장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BOJ는 최근 일본 정치 지형의 불확실성과 미국발 관세 인상에 따른 교역 둔화 우려 속에서도 현행 완화적 통화 기조를 유지했다.
이날 결정은 9명의 정책위원 가운데 7명이 동의하고, 타카타 하지메·타무라 나오키 위원이 25bp 인상을 주장하면서 7-2의 표결 결과로 확정됐다.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무역 관세와 국내 투자 둔화가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어 경기 확장세가 단기적으로는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전망도 제시됐다. BOJ는 향후 몇 달간 헤드라인 CPI 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면서도, 근원 CPI는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같은 날 발표된 8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로,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상회했다.
“완화적 금융 여건이 성장을 지원할 것이나,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돌 경우 상황에 따라 긴축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 — BOJ 정책 성명
ETF·리츠 매각 계획 구체화
BOJ는 2024년 초부터 예고했던 자산 보유 축소 전략의 일환으로, 연간 약 3,300억 엔(약 22억4,000만 달러)의 상장지수펀드(ETF)와 약 50억 엔 규모의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매각은 자산 구성 비중에 따라 분산해 진행되며, “필요한 운영 준비가 완료되는 즉시” 개시될 예정이다.
ETF(Exchange-Traded Fund)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인덱스형 펀드이며, 리츠(REIT·Real Estate Investment Trust)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료·매각 차익을 배당하는 구조다. BOJ는 2010년대 초반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ETF와 리츠를 대규모로 매입해 왔다.
정치·시장 환경 분석
일본 정부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9월 초 돌연 사임하면서 정치적 공백 상태에 놓였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동시에 경기 둔화 징후가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BOJ의 자산 매각을 점진적 긴축으로 해석하고 있다. 매각 속도가 비교적 완만한 탓에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글로벌 유동성 여건이 빠듯해지는 상황에서 일본 주식·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BOJ의 결정이 ‘긴축 신호’라는 해석이 과도할 수 있다고 본다. 연 0.5%라는 역사적 저금리 자체는 여전히 고도로 완화적인 수준이며, 자산 매각 속도도 명목 GDP 대비 미미하다. 다만, Kazuo Ueda 총재가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 억제’를 강조해온 만큼, 향후 물가가 3% 이상으로 고착화될 경우 정책 전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에다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추가 단서들을 제공할 예정이며, 투자자들은 “계속되는 물가 압력과 정치 리스크”를 두 축으로 삼아 엔화 및 일본 자산에 대한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정치 리더십 공백이 내수·투자 심리에 미칠 영향 ▲ETF·리츠 매각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자극할지 여부 ▲근원 CPI의 경로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다. BOJ의 신중한 접근이 시장 안정을 지켜줄지, 아니면 긴축 가속으로 선회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