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5억 달러 지분 투자…인텔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숨결’ 불어넣나

샌프란시스코발 — 인텔과 엔비디아의 전략적 제휴가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 AI 반도체 1위인 엔비디아가 인텔에 5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를 투자해 약 4%의 지분을 확보하고, 양사는 여러 세대에 걸친 합작 제품을 설계·생산하기로 합의했다. 핵심은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와 엔비디아 AI·그래픽처리장치(GPU)를 초고속으로 연결하는 전용 인터커넥트 ‘NVLink’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파트너십은 인텔이 준비 중인 ‘14A’(1.4나노급) 첨단 공정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높여 줄 ‘보험’이 될 수 있다. 인텔은 2027년 가동 목표인 14A 공정을 위해 막대한 설비 투자를 계획했지만, 충분한 고객 수요가 없을 경우 공정 자체가 중단될 수도 있다고 경고해 왔다. 엔비디아가 직접 14A 공정을 쓰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합작 제품이 대량 생산으로 이어질 경우 14A 라인의 가동률을 뒷받침할 여지가 생긴다.

이번 계약에 따라 Intel Foundry는 합작 시스템용 CPU를 제공하고, 일부 제품에서는 엔비디아가 설계한 칩을 인텔 공장에서 패키징한다. 양사 엔지니어는 NVLink 기술을 실제 반도체로 구현하기 위해 공동 설계·검증에 착수할 예정이며, 이 과정은 인텔의 설계 자동화(EDA) 툴과 첨단 패키징 역량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주목

■ ‘NVLink’란?
NVLink는 엔비디아가 서버·슈퍼컴퓨터용으로 개발한 고대역폭 칩 간 연결 규격이다. PCIe(일반 그래픽 카드 슬롯) 대비 수 배 이상의 전송 속도를 제공하며, 다수의 GPU·CPU를 묶어 거대한 가상 메모리 풀을 형성할 수 있다. 인텔 CPU가 NVLink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타사 칩이 얻지 못한 차별화 요소로, 고성능 컴퓨팅(HPC)·데이터센터 시장에서 AMD 대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J.골드 어소시에이츠의 잭 골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엔비디아와의 어떤 협력도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가 향후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두 기업의 관계가 제조 수탁(파운드리) 계약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벤 바자린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기술 컨설팅)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작 제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경우, 인텔이 14A 공정에 투자한 자본에 대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생산 물량 확보가 첨단 공정 수익성의 결정적 변수임을 강조했다.


■ 누가 이득이고, 누가 손해인가?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수십 년간 x86 아키텍처 생태계를 구축해 온 인텔 고객층—기업·정부·클라우드—에 한층 원활하게 침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AMD는 CPU·GPU 모두에서 두 경쟁사와 직면하게 돼 전선(戰線)이 넓어졌다. 잭 골드는 “두 거대 경쟁사가 손을 잡은 것은 AMD에 분명한 악재”라고 지적했다.

주목

이번 딜은 또한 파운드리 지형에도 파급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간 인텔과 엔비디아 모두 대만 TSMC에 의존해 왔지만, 인텔이 자사 공정으로 핵심 GPU 패키징까지 수행하면 TSMC 의존도가 일부 완화될 수 있다. 이는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물린다.


■ 향후 관전 포인트

“14A 공정은 인텔의 반도체 로드맵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이번 합작이 14A의 수요를 창출한다면, 인텔 파운드리는 TSMC·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단숨에 좁힐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 업계 관계자

14A 공정의 실제 고객 리스트가 언제, 어떻게 공개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② 인텔·엔비디아가 개발할 ‘다음 세대 AI 서버 플랫폼’의 성능·전력 효율 지표가 나오면, 시장 판도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③ AMD의 대응 전략—특히 ‘CDNA 4’ GPU와 차세대 ‘젠(Zen)’ CPU—도 주목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투자·제휴는 ‘윈-윈 구조’로 평가된다. 인텔은 전략적 고객과 물량을 확보해 첨단 공정의 손익분기 돌파 가능성을 높였고, 엔비디아는 x86 진영의 거대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생태계를 흡수할 발판을 마련했다. 단, 실제 제품이 출시되기까지는 공정 난제·공급망 변수 등 리스크가 상존하며, 시장 지형 재편은 예측보다 복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