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발 통신—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18일(현지시간) 급락했다. 중앙은행(BCRA)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긴축·달러라이제이션 정책 패키지가 국회와 거리에서 거센 반발에 부딪힌 가운데, 페소화 가치는 다시 한 번 기록적 약세를 찍었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전일 BCRA가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도매환 시장에 5,300만 달러를 투입한 직후에도,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팔고 달러를 사들이며 페소화 매도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평행(블루) 시장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05페소라는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다.
― 환율 밴드 및 개입 ―
아르헨티나는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과 200억 달러 규모 프로그램을 체결하면서 일일 변동 밴드(floating band) 제도를 도입했다. 중앙은행은 환율이 상·하단 경계에 닿을 경우에만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18일 중앙은행이 제시한 밴드 상단은 1,474.83페소, 하단은 948.76페소였다. 이날 은행 간 환율은 1,474.5페소에 고정됐으며, 이는 사실상 상단에 접한 수준이다.
국가 위험지수, 주가·채권 동반 급락
투자자 심리를 나타내는 국가 위험지수(이머징국가 CDS 스프레드)는 17일 1,300bp에서 18일 1,429bp로 치솟아 지난 1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Merval 종합주가지수는 4% 넘게 빠졌고, 달러 표시 국채 가격도 평균 3.3% 내렸다.
“경제 프로그램은 재정·통화·환율 정책이 모두 일관성 있게 설계돼 있다. 밴드 안에서는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 마누엘 아도르니 대통령 대변인
그러나 시장 전문가는 연이은 개입이 국제준비금 고갈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비 통계에 따르면 BCRA의 총보유액은 397.8억 달러 수준이다. 컨설팅사 1816은 “2027년까지 상환해야 할 외채 340억 달러를 감안하면, 순준비금을 0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최소 270억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용어 해설 ―
블루(Blue) 시장은 정부가 통제하는 공식 환율과 달리, 길거리 환전상이나 비공식 루트를 통해 거래되는 평행환율 시장을 가리킨다. 아르헨티나인은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디폴트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달러 현찰을 축적해 왔으며, 이 때문에 블루 시장이 사실상 대체 기준환율 역할을 한다.
기준점(bp·basis point)는 0.01%포인트에 해당한다. 국가 위험지수 1,429bp는 미국 국채 대비 14.29%포인트 높은 가산금리를 뜻한다.
선거 불확실성 확대
10월 2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회 구성 3분의 1이 교체될 예정인데, 현재 두 원 모두 야당이 장악하고 있다.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지방선거에서 정부 여당이 패배하자, 달러 매수 과열·자산 가격 폭락·국가 위험지수 급등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의회는 17일 거대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교육·보건 예산 증액 법안 두 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밀레이 행정부가 추진해 온 예산 삭감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시장은 ‘균형재정’ 달성 가능성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전문가 시각
현 단계에서 BCRA가 밴드 상단 방어를 위해 꾸준히 달러를 소진할 경우, 실제 순준비금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럴수록 외채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국채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긴축 강행과 구조개혁이 의회 문턱을 넘고, 농산물 수출 회복으로 외화 유입이 늘어날 경우, 페소화 안정·국채 반등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결국 관건은 10월 선거 결과와 이후 정치적 실행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이다.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 헤지(선물·옵션)나 달러화 자산 분산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외채 리프로파일링(만기연장) 시나리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본 기사는 원문(로이터통신 Jorge Otaola 작성)을 토대로 국내 독자를 위해 재구성·번역했으며, 모든 수치·인용은 기사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