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소법원,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이주민 보호 종료 시도 제동

샌프란시스코 연방항소법원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베네수엘라인 임시보호신분(TPS) 종료 결정을 잠정 중단했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소재 제9연방순회항소법원 3인 재판부는 전날 늦게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 약 60만 명의 TPS(Temporary Protected Status) 지위를 철회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놈 장관에게 ‘집행 정지(stay)’를 부여해 달라는 행정부의 요청을 거부하며 “베네수엘라 TPS 지위를 무효화한 것은 수십만 명의 미래를 혼란에 빠뜨렸고, 부당한 추방·가족 분리·고용 상실 위험을 크게 높였다”고 적시했다.

주목

TPS란 무엇인가

TPS(임시보호신분)1991년 제정된 미 이민법 특별규정으로, 자연재해·내전 등 ‘extraordinary 사건’이 발생한 국가 출신 이주민에게 추방 유예취업 허가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번 판결로 베네수엘라인 60만 명과 아이티인 52만 1,000명이 잠정적 보호를 유지하게 됐다.


재판부 결정 및 주요 논거

3인 재판부(모두 민주당 대통령 지명)는 “의회는 이처럼 졸속·대량의 신분 박탈을 상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TPS 종료로 초래될 파급 효과가 심각하며, 하급심의 법적 판단에 우선적 무게를 둬야 한다”

고 밝혔다.

앞서 2025년 9월 5일 에드워드 천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 판사는 놈 장관의 베네수엘라·아이티 TPS 종료가 ‘권한 남용’이라고 판결했다. 행정부는 같은 달 11일 항소했으나, 이번 결정으로 1심 효력이 그대로 유지된다.

주목

행정부·사법부 공방

법무부 변호인단은 “집행정지가 거부될 경우 대법원 재상고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 대법원은 2025년 5월, 천 판사의 예비금지명령에 대해 집행 정지를 내려 행정부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9월 판결은 그 흐름을 뒤집은 셈이 됐다.

한편, 아이티 TPS 철회에 대해선 뉴욕 연방지법이 이미 별도 가처분을 내려 놈 장관의 결정을 저지하고 있어, 행정부는 항소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사안에 집중했다.


정치·사회적 파장

TPS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크게 확대돼 베네수엘라·아이티 출신 약 112만 명에게 혜택을 제공해 왔다. 트럼프 재집권 기간 이 제도 변경이 이주·노동시장·대선 구도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플로리다·텍사스 등 대규모 베네수엘라 디아스포라가 거주하는 주(州)에서는 투표 동향노동시장 유동성 측면 모두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수록 기업·이주민·지역사회 모두 리스크 관리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전망과 전문가 평가

본 판결로 추방 위기에 몰렸던 수십만 명의 체류·고용 안정성이 일단 확보됐지만, 대법원 재심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연방대법원이 재차 행정부 편을 들 경우, 보호 지위는 다시 정책적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민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입법·행정·사법권 간 견제 장치가 활발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TPS 수혜자가 미국 내 영구적 지위를 얻으려면 결국 의회의 포괄적 이민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치·법률 분석가들은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TPS 축소 기조가 보수층 결집에는 도움이 되지만, 라틴계 표심을 자극해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고 내다본다.


추가 정보·용어 해설

TPS와 유사한 제도로는 ‘DACA’(불법 체류 청년 추방유예)가 있다. 다만 DACA는 특정 연령·입국 요건에 한정되며, TPS는 국가 단위로 지정되어 대규모 집단이 대상이 된다.

Stay’(집행정지)는 상급심 판단 전 하급심 판결 효력을 잠정 중단시키는 조치다. 이번 사건에서 정부가 요청했으나 기각되면서, TPS 종료가 사실상 멈춰 선 형국이다.


결국, 제9연방항소법원의 이번 판단은 행정부 재량의 한계를 재차 확인하며 TPS 수혜자 100만여 명에게 숨통을 틔워줬다. 그러나 대법원 재상고 가능성과 내년 대선 정국 변수로 향후 국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이민 정책의 정치화·사법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TPS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향후 수개월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