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9월 18일 상·하원 지도부와의 텔레비전 회의에서 “러시아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제 성장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를 상회하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둔화한 것은 하락이 아니라 전략적 완급조절”이라며 “물가 급등을 통제하고 금융 시스템의 균형을 지키려면 성장 속도의 일시적 희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중앙은행(CBR)의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경제는 전분기 대비 두 분기 연속 GDP 감소를 기록했다. 경제학계에서는 이를 ‘기술적 경기침체(technical recession)’로 정의한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지표를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경기침체(recession)와는 거리가 멀다”고 단언하며, “탄탄한 고용시장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는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의 최근 발언과 맥락을 같이한다. 나비울리나 총재 역시 지난주 “노동시장이 견조한 한 기술적 침체가 실물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내놨다.
‘성장 조절’과 ‘인플레이션 억제’의 상관관계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구매력 하락과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진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이나 재정 지출 축소 같은 긴축책을 시행한다. 성장률 둔화는 필연적이지만, 물가 안정→소득 실질 가치 보전→투자 심리 회복이라는 장기적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재정·통화 정책의 기본 원리다.
‘기술적 경기침체’란 무엇인가?
경제 교과서에서 정의하는 ‘기술적 경기침체’는 두 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GDP가 감소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다만 경제활동 참가율, 고용률, 임금 상승률, 소비 심리 등 실물지표가 동시에 악화하지 않는다면 ‘진성 경기침체’로 보기 어렵다. 푸틴 대통령은 바로 이 지점을 들어 “노동시장이 견조하므로 실제 침체로 연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
국제 원유·곡물 가격 변동성, 서방 국가의 대러 제재 등 외부 쇼크가 여전히 상존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루블화 방어와 재정 흑자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한, 물가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과 “성장 모멘텀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민간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전문적 관찰: ‘안정 우선’ 전략의 득과 실
첫째, 거시경제 안정은 국가 신인도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물가가 통제되지 않으면 사회적 불안과 자본 유출이 폭증할 수 있다. 둘째, 성장률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재정수입 감소, 사회복지·국방비 축소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즉, 안정 우선 전략과 성장 촉진 전략 사이에서의 균형이 향후 러시아 경제정책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경기침체는 아직 멀었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 소비·투자 심리를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고용시장이 견조하면 가계 소득이 유지되어 소비 위축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러시아 경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
요약하면, 러시아 정부는 물가 안정을 정책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성장률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거시경제 균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공표한 ‘두 분기 연속 GDP 마이너스’ 수치가 기술적 침체라는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지만, 정부·중앙은행 모두 “실질적 침체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향후 정책 방향은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과 ‘노동시장 견조성 유지’라는 두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