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방송규제기관, ‘도덕적 가치’ 위반 이유로 넷플릭스·아마존프라임 등 스트리밍 대기업에 과징금 부과

[이스탄불·서울=인베스팅닷컴] 터키 방송통신최고위원회(RTÜK)가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무비(Mubi), HBO 맥스, 디즈니+ 등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5곳에 대해 자국의 ‘국가적·도덕적 가치’ 위반을 이유로 행정벌을 부과하고, 해당 콘텐츠의 국내 서비스 중단을 명령했다고 국영 아나돌루통신(Anadolu Agency)이 전했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RTÜK은 문제가 된 영화 5편이 가족 중심적 가치관을 경시하거나 퀴어(성소수자) 관련 주제를 담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징계에 착수했다. 당국은 해당 작품들이 ‘터키 사회의 전통적 가치와 충돌한다’고 판단했으며, 플랫폼들은 터키 내(內) 카탈로그에서 해당 타이틀을 삭제해야 한다.

RTÜK은 이번 제재가 ‘법령이 정한 사회적·도덕적 기준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과징금 액수와 작품 제목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방송감독기구는 터키 미디어법에 따라 최대 연간 매출의 일정 비율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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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는 터키 정부가 국제 스트리밍 사업자에 대해 실시한 최근 사례 중 하나로, 지난 몇 년 동안 RTÜK은 폭력·성·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해외 드라마와 영화에 대해 잇달아 ‘편집 혹은 중단’ 명령을 내려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터키 시장은 평균 이상의 가입자 성장세가 뚜렷하지만, 규제 리스크 또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용어 설명 및 배경

RTÜK(Radyo ve Televizyon Üst Kurulu)은 터키 내 방송·OTT(Over-the-top) 플랫폼을 감독하는 독립 규제기관이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며, ‘공중도덕·국가안보·미성년자 보호’ 등을 근거로 콘텐츠 심의를 수행한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인터넷을 통해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 등 영상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 등이 있다. 터키는 2020년 이후 OTT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시장조사업체 추정치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의 문화 규제는 국내 정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스트리밍 기업들이 지역별 편집본 제작이나 AI 기반 자막·더빙 필터링 등 추가적 ‘현지화’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넷플릭스디즈니+는 터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을 확대해 왔으나, 이번 제재로 인해 투자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콘텐츠 제작·유통 단계에서 ‘셀프 검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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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글로벌 스트리밍 업계는 상호 운용성, 문화 다양성,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와, 각국 규제기관의 ‘전통·도덕성 옹호’ 정책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터키 사례는 동유럽·중동·아시아권 국가들이 비슷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RTÜK 측은 “플랫폼들이 규제 기준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서비스 지속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도 외국계 OTT가 터키 시장을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렇더라도 콘텐츠 수급 전략·투자 결정·글로벌 사용자 경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사안은 터키 문화정책·디지털 시장 성장·유럽 및 중동 지역의 콘텐츠 검열 문제를 동시에 조명한다. 향후 스트리밍 기업들은 터키를 비롯한 각국 규제 지형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지역적 가치에 대응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