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국영석유 ‘아드녹’ 컨소시엄, 190억 달러 규모 산토스 인수 철회…호주 에너지 대기업 주가 장중 11.9% 폭락

[시드니] 호주 대표 석유·가스 기업인 산토스(Santos Ltd.)가 추진되던 190억 달러(약 25조 6,000억 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11.9%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ㆍADNOC)의 인수 전담 자회사인 XRG 유닛이 전날 밤(현지 시간) 협상 테이블에서 전격 이탈하면서, 장기간 이어져 온 산토스 지분 전량 인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핵심 계약 조건(key terms)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간단한 공식 입장만을 남기고, 아드녹 측은 협상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파로 산토스 주가는 5년 만에 가장 큰 일일 낙폭을 보이며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30억 호주달러(약 2조 원) 증발, 150억 호주달러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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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불발’…경영진 부담 가중

이번 무산은 산토스 매각 시도가 세 번째로 실패한 사례다. 과거 2018년과 2021년에도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인수 제안이 있었으나, 평가 가치(valuation) 이견과 시장 변동성 탓에 성사되지 못했다. 반복되는 좌절은 경영진에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정책 강화라는 과제를 안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수 프리미엄이 사라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구체적 주주 친화 전략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인수 프리미엄: 피인수 기업 주가에 덧붙여지는 추가 지급 금액}

■ ADNOC·XRG는 어떤 조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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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NOC은 중동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100% 소유한 국영 에너지 그룹이다. 석유·가스 탐사부터 판매·정제, 석유화학까지 수직계열화된 사업 구조를 갖췄다. 그 산하 XRG(Unit)는 대규모 해외 자산 투자를 전담하는 특수목적 법인으로, 공격적 M&A를 통해 자원·기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됐다면, ADNOC은 호주 북서부 LNG(액화천연가스) 허브에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었고, 산토스 역시 LNG 수출망 및 자본력을 강화해 ‘에너지 안보’를 중시하는 국제 흐름에 합류할 수 있었다.

■ 주가 급락 원인과 향후 전망

190억 달러 규모라는 거대 딜이 한순간 사라지자, 시장은 인수 기대감이 제거된 ‘실망 매물’이 대거 출회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 14~15호주달러대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LNG 장기 수요와 자산가치를 근거로 중장기 밸류에이션 회복 여력을 제시한다.

다만, 인수 제안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광구 포트폴리오 재편, 탈탄소 프로젝트 투자 확대 등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 전문기자의 한 걸음 더

에너지 업계 M&A는 최근 지정학 리스크와 탄소중립 정책이 교차하며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산토스와 ADNOC 모두 화석연료 시장의 불확실성을 인식해, 저탄소 기술·수소 프로젝트로의 확장을 꾀해 왔다. 그러나 평가 방식, 규제 리스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이 각국마다 다르다 보니 거래 종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호주 정부는 대규모 외국 자본의 자원 인수에 대해 ‘국익 보호’ 차원의 엄격한 심사를 적용한다. 이번 거래도 가격 외에 안보·환경·세제 등 다층적 검증 과정을 거쳐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협상 파괴 요소가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토스 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