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관세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80%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25년 영업이익률 목표도 종전 7~8%에서 6~7%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CEO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를 앞두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관세 부담을 완화하고 북미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거점을 적극적으로 미국으로 이전·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27년까지 영업이익률을 다시 7~8%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30년에는 8~9%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현대차의 40%는 이미 현지 공장에서 조립됐다고 밝히며, 2028년까지 조지아주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50만 대로 확대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EV)를 병산(竝産)할 계획이다.
“조지아 공장은 하이브리드 5종과 전기차 5종을 포함해 총 10개 차종을 생산하는 핵심 허브가 될 것이다.” — 현대자동차 관계자
이번 발표는 7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될 수입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대신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66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양해했다. 그러나 세부 투자 구조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아, 한·미 양국은 아직 최종 서명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산 자동차·부품에는 이미 1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한국산 차량의 세율(25%)과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2분기 기준 8,280억 원의 관세 비용을 부담했으며, 3분기에는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품·라인업 전략
현대차는 글로벌 하이브리드 모델 수를 기존 발표 14종에서 18종 이상으로 늘리고, 2027년에는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를 투입한다. EREV는 전기 배터리로 주행하되, 배터리가 방전되면 소형 엔진이 발전기를 돌려 주행 거리를 연장하는 차세대 전동화 기술이다. 또한 2030년 이전 북미 시장에 중형 픽업트럭을 최초로 선보여 라인업 공백을 해소할 계획이다.
※ 용어 설명
• 하이브리드(HEV) :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해 연료 효율을 높인 차량.
• EREV : 충전식 전기차(PHEV)의 한 형태로, 엔진이 직접 구동하지 않고 발전기로만 작동해 배터리 충전 후 주행거리를 늘리는 모델.
• 영업이익률 : 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로, 기업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
전문가 시각 및 시장 파급효과
국내 증권가에서는 “미국 내 생산 비중 확대는 관세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수혜 가능성을 높여 전동화 전환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북미 신규 설비투자에 따른 단기 비용 증가와 2025년 영업이익률 목표 하향은 투자심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환율·철강 가격·전지 원자재 등 변동성이 큰 비용 항목이 남아 있어, 실제 이익률 회복 시점은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과 직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현지 생산을 통한 관세 절감이 장기적 수익성 제고에 긍정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적다.
업계에서는 2028년 조지아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현대차·기아 합산 미국 판매량이 연간 200만 대를 넘어설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는 세계 3위 판매 그룹 위상을 강화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첫째, 한·미 투자협정의 세부 조항이 최종 확정될 경우 관세 인하가 공식화돼 현대차의 손익 개선 폭이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다. 둘째, 2027년 출시 예정인 EREV의 성능·가격 경쟁력이 전동화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2030년 80% 현지 생산 목표 달성 여부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과 맞물려 현대차 그룹의 장기 전략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