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7월 들어 눈에 띄게 축소됐다. 서비스 수지 둔화와 1차 소득(기업 이익·배당·이자·임금 유출입)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5년 9월 18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전해진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계절조정 후 잠정치에서 7월 경상수지 흑자는 277억 유로(약 39조4,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6월)의 358억 유로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조정 전 원자료 기준으로도 흑자 규모는 389억 유로에서 350억 유로로 축소됐다. ECB는 “서비스 부문 흑자 축소와 1차 소득 계정 약화가 전체 흑자 감속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경상수지란 무엇인가
경상수지는 상품·서비스 교역, 1차 소득, 2차 소득(이전소득) 등 네 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쉽게 말해 국가가 해외와 상품·서비스를 거래하고, 투자 배당·이자·임금 등을 주고받으며, 정부·개인이 해외에 송금하는 모든 흐름을 집계한 지표다. 흑자는 해외로부터의 유입이 유출보다 많다는 의미이며, 국가의 대외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특히 1차 소득 계정에는 다국적 기업의 이익 송금, 채권·주식 배당, 국채 이자, 해외 파견 근로자의 임금 등이 포함된다. 이 항목이 약화되면 투자 매력 저하나 이익 회수 확대 등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뜻한다.
구체적 수치 및 GDP 비중
ECB 자료에 따르면, 최근 12개월(2024년 8월~2025년 7월) 누계 경상수지 흑자는 유로존 GDP의 2%로 집계됐다1. 이는 직전 12개월(2023년 8월~2024년 7월)의 2.6%에서 0.6%p 낮아진 값이다. GDP 대비 흑자 비중 축소는 국내총생산 성장률 둔화와 해외 수익성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상품 교역이 비교적 안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수지와 1차 소득 항목이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다.” — ECB 경제 통계국 해설
서비스 수지 둔화의 배경
유로존은 전통적으로 관광·운송·금융·지적재산권 로열티 등 서비스 부문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2025년 여름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회원국의 관광객 유입이 작년 대비 주춤했다. 항공권 가격 상승, 파업·노선 차질,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여행 수요 감소가 겹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서비스와 로열티 수익도 빅테크 규제 강화, 신흥국 경쟁 심화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결과적으로 서비스 수지 흑자는 6월 대비 수십억 유로 감소하며 경상수지 전체를 압박했다.
1차 소득 계정 약화 원인
1차 소득 흑자 축소는 기업 이익 회수와 이자 비용 증가의 복합 결과다. 유로존 외 다국적 기업들이 본국으로 배당을 늘렸고, 역외 채권 이자 지급도 증가했다. 여기에 ECB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유로화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외 순이자지급이 확대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ECB는 “금리 상승이 가져온 수익성·자본비용 구조 변화가 1차 소득 흐름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업 실적 발표에서도 유럽계 제조·소비재 기업의 해외법인 순이익 감소가 관측되고 있다.
시장·정책적 함의
경상수지 흑자 축소는 통상적으로 통화가치 하락 압력을 유발한다. 그러나 최근 달러·엔 대비 유로 환율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스탠스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다만 ECB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자본유출·환율 변동 가능성에도 금리 인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 흑자 감소가 장기적으로 유로존의 대외순자산(NFA) 비중을 낮춰 통화정책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국내 투자자라면 유로존 채권·ETF에 투자할 때 환헤지 전략과 금리 전망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비스 업종 비중이 높은 유럽 주식 혹은 펀드의 실적 모멘텀을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1차 소득 약화는 유럽 상장기업의 배당 성장률 둔화를 의미할 수 있으므로, 배당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에게는 경고등으로 작용한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Glossary)
경상수지(Current Account) – 상품·서비스 거래, 투자소득·이전소득 등을 합산한 대외거래 총합. 흑자이면 국가가 벌어들인 외화가 더 많다는 뜻이다.
1차 소득(Primary Income) – 배당, 이자, 임금 등 생산·투자에 따른 소득 흐름.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 이익 송금, 국채·회사채 이자 등이 포함된다.
서비스 수지(Services Balance) – 관광, 운송, 통신, 금융, IT, 로열티 등 무형 서비스 거래의 수입·지출 차이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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