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로 아메리칸, 브리즈번 본사와 퀸즐랜드 광산에서 ‘소규모’ 정리해고 단행

영국계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이 호주 브리즈번 본사와 인근 보우엔 분지 내 석탄광에서 인력 감축을 실시했다. 회사 측은 “조직 단순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확한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소규모’(a small number)로 표현했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감원은 원가 상승과 석탄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추진됐다. 앞서 같은 지역의 대형 경쟁사 BHP가 코킹석탄(coking coal) 광산에서 750명을 감원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결정이어서, 퀸즐랜드 주 석탄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번 변화는 중앙 퀸즐랜드 제강용 석탄 사업의 장기 생존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 벤 맨수어(Anglo American Australia 인사·대외협력 담당 부사장)

맨수어 부사장은 다수 인력이 자발적 퇴직(voluntary redundancy)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다며, 노사 협의를 거쳐 직원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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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공영방송 ABC News약 200개 직무가 영향을 받았다고 아이작 지역의회(Isaac Regional Council)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지방정부는 로이터의 확인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보우엔 분지와 제강용 석탄의 의미

앵글로 아메리칸은 퀸즐랜드 보우엔 분지(Bowen Basin)에서 총 5개의 제강용 석탄광(steelmaking coal mines)을 운영한다. 제강용 석탄, 또는 코킹석탄은 철광석을 녹여 강철을 생산할 때 필수적인 원료다. 일반 발전용 석탄(thermal coal)보다 휘발분이 낮고 점성이 높아, 가격 변동 폭이 크지만 수요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국제 시황 둔화와 퀸즐랜드 주정부의 높은 로열티 세율이 겹치면서 광산업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2022년 도입된 누진적 인상 로열티는 석탄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세율이 급격히 뛰도록 설계돼, 기업 입장에선 변동성이 더 커졌다.

앵글로 아메리칸은 지난해 자사 호주 제강용 석탄 자산 33%를 11억 달러에 매각하며 포트폴리오 재편을 진행했다. 당시 회사는 “향후 핵심 성장 축은 구리(copper)“라며, 탈탄소 전환 시대에 맞춰 귀속 수익이 더 높은 금속류로 중심을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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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합병 움직임이 시사하는 것

불과 일주일 전 앵글로 아메리칸은 캐나다 테크 리소시스(Teck Resources)와의 합병 제안을 발표했다. 광산업 역사상 두 번째 규모로 평가되는 이 거래가 성사되면, 구리·석탄·배터리 금속에 걸친 다각화 포트폴리오가 구축된다. 전문가들*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중복 자산 매각 및 추가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전망한다.*본 기사에서 언급한 ‘전문가’는 복수의 시장 애널리스트 일반 의견을 취합·요약한 것

코로나19 이후 급등했던 석탄 가격은 최근 12개월 사이 40% 이상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운영 원가 절감생산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BHP의 대규모 감원 행보와 앵글로 아메리칸의 ‘소규모 정리해고’는 이러한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 흐름을 상징한다.


한국 독자를 위한 용어 해설

코킹석탄(coking coal): 제철소에서 코크스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석탄. 코크스는 철광석을 고로(高爐)에서 녹이는 연료·환원제로 쓰인다. 단단한 구조와 높은 발열량 덕분에 발전용 석탄과 구별된다.

보우엔 분지(Bowen Basin): 호주 퀸즐랜드 중부에 위치한 광대한 석탄 매장 지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제강용 석탄 산지 중 하나다. 브리즈번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0km 떨어져 있으며, 주요 항만 도시인 맥케이(Mackay)를 통해 수출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글로벌 투자은행과 원자재 컨설팅업체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석탄 가격이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본다. 퀸즐랜드 로열티 구조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추가 감원 또는 생산량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아시아 신흥국의 철강 수요가 본격 회복될 경우, 제강용 석탄 가격 반등이 기업 실적을 빠르게 끌어올릴 여지도 있다.

앵글로 아메리칸의 경우, 이번 인력 감축이 단기적 비용 절감 이상의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구리·배터리 금속 중심의 성장 로드맵은 탈화석연료 전환과 맞물려 장기 가치를 높일 수 있지만, 석탄 자산이 현금창출원 역할을 계속 담당해야 하는 이중 과제가 남는다.

한국 철강·발전 업계 역시 원료 조달 비용 변동성에 대비해, 장기 공급 계약과 원가 헤지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탈탄소 정책 강화로 친환경·저탄소 철강 생산 방식이 부상하면서, 제강용 석탄 수요 전망과 가격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