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비용항공사(LCC) 스피릿항공(Spirit Airlines)이 11월 운항편을 대폭 줄이고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을 예고했다.
데이브 데이비스(Dave Davis) 최고경영자(CEO)는 내부 메모를 통해 올해 들어 두 번째 파산보호(챕터11) 신청 이후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미 일부 조종사·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휴직·강등 조치를 단행한 상태다.
2025년 9월 1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스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11월 스케줄부터 2024년 대비 운항 용량을 25% 감축한다”며 “비용 절감 및 핵심 노선 집중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 재차 파산 보호 신청 이후 대대적 구조조정 시나리오
스피릿항공은 2024년 3월 첫 번째 챕터11(미국 연방 파산법 11조)에서 벗어났으나, 2025년 8월 29일 두 번째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챕터11은 기업이 채권자 보호 아래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1다.
“우리는 더 작지만 효율적인 항공사로 재탄생해야 한다. 조직 규모 축소는 불가피하며, 구성원들에게 불확실성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 데이브 데이비스 CEO 내부 서한
회사는 3월 파산 탈출 직후 채권 8억 달러(약 1조 600억 원)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채무조정에 합의했지만, 국내 여행 수요 부진과 급등한 운항 비용이라는 ‘이중 악재’에 다시 무릎을 꿇었다. 3월 13일부터 6월 말까지 2억 5,7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25% 용량 감축…어느 노선이 영향을 받나?
스피릿항공은 11개 도시 노선의 운항 중단·축소를 결정했고, 신규 취항 예정이던 1개 노선 계획을 취소했다. 구체적인 도시 목록은 다음과 같다*2: 로스앤젤레스(LAX), 보스턴(BOS), 휴스턴(IAH) 등. 해당 노선의 좌석은 유나이티드항공·프론티어항공·제트블루 등 경쟁사들이 대체 운항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가·단거리 수요가 팬데믹 이후 장거리·프리미엄 선호로 이동하면서 스피릿은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대형항공사들이 빈틈을 파고들면서 LCC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인력 구조조정의 파급 효과
스피릿은 이미 조종사 270명 휴직, 100여 명 강등을 공식화했으며, 일부 객실승무원은 자발적 무급휴가를 선택했다. 회사 측은 노사 교섭이 진행 중이라며 정확한 인원 규모는 함구했지만, “함께 논의해 추가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CNBC에 밝혔다.
객실승무원 노조(AFA-CWA)는 18일 성명에서 “이번 파산은 2024년보다 훨씬 가혹할 것”이라며 “단체협약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법률팀과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 전문가 시각: ‘가격 경쟁’에서 ‘생존 경쟁’으로
항공금융 컨설턴트들은 스피릿의 선택을 “규모 축소를 통한 생존 전략”으로 평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정비 부담이 누적되므로, 보유 기재·노선·인력을 한꺼번에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비스 CEO 역시 리스사·공급업체와의 재협상을 병행해 비용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스피릿은 밝은 노란색 기체와 초저가 운임, 부가 수수료 모델로 유명했다. 그러나 연료비·인건비 상승, 소비자 취향 변화, 제트블루 인수 무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성장 전략이 흔들렸다. 한 금융 애널리스트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만으로는 매출·현금흐름을 지탱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 용어 풀이
*1 챕터11(Chapter 11)은 미국 파산법상의 법정관리 제도로, 기업이 법원의 보호를 받으며 영업을 지속한 채 부채 구조조정 및 사업 재편을 진행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2 기사 내 도시·노선은 CNBC가 앞서 9월 4일 보도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했다.
📈 향후 관전 포인트
1) 노사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2) 리스 계약 재조정·기재 매각 등으로 현금 유동성을 얼마나 확보할지, 3) 경쟁사들이 흡수한 수요가 스피릿 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고비는 2025년 말”이라며 “그때까지 비용 구조를 성공적으로 개편해야 2026년부터 흑자 전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피릿항공의 ‘2연속 챕터11’ 사태는 저비용항공시장 전반에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다른 LCC들도 유사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를 ‘경고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