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계 투자은행 BMO 캐피털마켓이 미국 차량호출(라이드헤일링) 플랫폼 리프트(Lyft)와 알파벳 계열 자율주행 전문기업 웨이모(Waymo)의 전략적 제휴를 ‘시장 경쟁 구도를 바꿀 잠재력이 있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BMO는 리프트의 12개월 목표주가를 종전 16달러에서 20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투자의견은 ‘마켓 퍼폼(Market Perform)’을 유지했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제휴로 웨이모의 완전 자율주행차(AV·Autonomous Vehicle) 호출 서비스가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2026년 말부터 상업 운행을 시작한다. 이는 리프트가 최근 10개월 동안 체결한 세 번째 대형 AV 파트너십으로, 그간 경쟁사 대비 더딘 행보를 보였던 리프트가 미국 AV 시장에서 뒤처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부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사는 내슈빌 도심 주요 상업지구에 최대 수백 대 규모의 웨이모 자율주행차를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리프트 앱을 통해 호출된 차량은 100% 무인 자율주행 모드로 승객을 실어 나르며, 요금 체계는 기존 리프트 서비스와 유사하게 책정될 전망이다.
다른 AV 제휴와 차별점
리프트는 이미 2025년 초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메이 모빌리티(May Mobility)와 손잡고 자율주행 셔틀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중국 바이두와는 영국·독일 시장 진출을 목표로 규제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두 프로젝트 모두 현지 행정 절차·도로 인프라 등 변수로 상용화 타임라인이 불투명한 반면, 이번 웨이모 협업은 웨이모가 이미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에서 수천 회의 상업 운행 데이터를 축적한 만큼 ‘가시적 성과’가 가까운 시점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BMO 소속 브라이언 피츠(Brian Pitz) 애널리스트는 연구 노트에서 “
최근 AV 제휴에 연이은 속도감 있는 행보는 리프트 경영진이 AV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의지를 방증한다
”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웨이모가 AV 가치사슬 전 부문을 직접 소유·운영할 가능성은 낮으므로, 리프트처럼 기존 고객·운행 데이터를 보유한 대형 플랫폼이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플렉스드라이브(Flexdrive) 역시 차별화 포인트로 거론된다. 플렉스드라이브는 리프트가 2017년 인수한 차량 관리 자회사로, 약 1만5,000대 규모의 차량을 대상으로 충전·세차·정비·보험 관리를 일원화하고 있다. 피츠 애널리스트는 “10년 넘게 축적된 차량 관리 역량은 리프트가 자율주행차 운영·정비·차량 회전율 개선 등 AV 가치사슬의 복합 영역에 동시에 진입하는 데 ‘상당한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재무 모델 미세 조정
BMO는 이번 파트너십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제시하며, 예약 총액(Bookings) 전망치를 2026년 2,120억 달러, 2027년 2,360억 달러로 각각 상향(기존 2,090억·2,350억 달러) 조정했다. 조정 EBITDA는 2026년 6억3,900만 달러, 2027년 7억4,100만 달러로, 이전 전망치보다 16~23%가량 높아졌다.
리프트의 2024년 주가수익비율(PER)이 이미 30배를 넘어선 상황에서, AV 관련 매출이 실현되기 전까지는 변동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BMO는 “AV 상용화 초기 국면에서 대규모 고객 풀·데이터·브랜드를 보유한 라이드헤일링 플랫폼이 공급자(웨이모)와 수요자(승객)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용어 해설 및 시장 맥락
AV(Autonomous Vehicle)는 인공지능·센서·위성항법시스템(GPS)·라이다 등을 활용해 운전자의 직접 조작 없이 주행·주차·돌발 상황 대응까지 수행하는 차량을 의미한다. 글로벌 컨설팅사들이 전망하는 AV 시장 규모는 2030년 5,000억~1조 달러 사이로, 플랫폼 사업자·차량 제조사·부품업체·소프트웨어 기업 간 치열한 산업 재편이 예고돼 있다.
플렉스드라이브는 리프트가 운전자에게 차량을 단기간(하루~수개월) 임대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차량 관리 전문 조직이다. 자율주행차가 상업 운행 단계에 돌입하면 차량 유지·보수·충전·보험 체계를 빠르게 확장해야 하는데, 플렉스드라이브의 노하우가 ‘숨은 경쟁력’으로 꼽히는 이유다.
웨이모는 2009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온 구글의 프로젝트를 모태로 2016년 분사했다.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100% 무인 택시 서비스를 상업화했으며, 2024년 말까지 누적 주행 거리 2,500만 마일 이상을 기록했다.
전문가 시각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후발 주자인 리프트가 웨이모·바이두 등 글로벌 테크 기업과 빠르게 손을 잡고 있다는 점은, 향후 국내 모빌리티 기업·완성차 업체에도 ‘전략적 파트너 발굴’의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차량 호출 플랫폼이 ‘모빌리티 OS(운영체제)’로 진화하면서, 데이터·결제·차량 관리·보험·정책 협의 등 복합 영역에 대한 통합 역량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IPO를 준비 중인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관계자는 “웨이모의 미국 내 사업 확장은 규제와 사회적 수용성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부품·인프라 기업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전망
리프트는 현재 미국·캐나다 700여 개 도시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2,100만 명을 상회한다. 웨이모와의 협업이 본격화되면 리프트 플랫폼 내 AV 운행 비중이 2030년 25%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파트너십은 규제 허들·기술 안전성·보험 체계·소비자 신뢰도 등 복합 요소가 맞물린 ‘자율주행 상용화 퍼즐’에서 중요한 한 조각을 완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