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빈방문, 화려한 의식을 뒤로하고 본격 협상 단계로

영국 윈저성에서 펼쳐진 로열 퍼레이드국빈 만찬이 막을 내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영국 국빈방문은 실질 협상 국면에 접어들었다.

2025년 9월 1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윈저성을 떠나 런던 북서쪽 50km에 위치한 총리 전용 별장 체커스(Chequers)로 이동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양국 대표단이 참여하는 무역·지정학 회담에 돌입할 예정이다.

Trump UK vis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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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만남의 핵심 의제는 지난 5월 가서명된 ‘경제 번영 협정(Economic Prosperity Deal)’의 최종 확정과 미국이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 철폐 문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중동 분쟁 같은 지구촌 분쟁에 대한 공조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로열 의식에서 외교 무대까지

전날 밤 윈저성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의 국빈 초청은 내 인생 최고의 영예 중 하나”라며 환담했고, 찰스 3세 국왕은 “세계 난제 해결을 위한 당신의 개인적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우리는 이미 훌륭한 협정을 맺었지만, 영국이 조금 더 나은 조건을 원한다면 내가 돕겠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7일 기자단 발언 중

체커스 도착 시 스타머 총리와 부인 빅토리아 여사는 버킹엄 근위대(Guard of Honour)스코틀랜드 전통 백파이프 연주단을 동원해 대통령 내외를 맞이한다. 버킹엄 근위대는 영국 군악·의장대 중 가장 역사와 전통이 깊은 부대로, 외국 정상 방문 시 경비·의전을 담당한다.

한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오전 일정 동안 윈저성에 남아 영국 왕실 여성 구성원과 비공개 오찬을 갖는다. 이는 미·영 양국 영부인‧왕실 여성 간 ‘소프트 외교’ 차원의 만남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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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 파운드 투자 유치

영국 정부는 이번 국빈방문을 전후해 총 1,500억 파운드(약 2,04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해외 직접투자( FDI ) 유치를 발표하며 “전국 고용 창출·성장 촉진·기회 확장의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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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재무장관 레이첼 리브스는 이날 오후 비즈니스 리셉션에 동행해 주요 글로벌 기업 CEO 및 영국 산업계 인사를 초청할 예정이며,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 합의 내용을 발표한다.


배경 설명: 체커스·백파이프·가드 오브 아너

체커스는 16세기에 지어진 튜더 양식의 저택으로, 1921년부터 현직 영국 총리의 공식 전원 집무·휴식처로 사용돼 왔다. 중요한 외교 회동이 있을 때 런던 도심의 다우닝가 10번지 대신 보다 사적인 분위기에서 협상이 이뤄진다.

백파이프(bagpiper)는 스코틀랜드 전통 관악기로, 굵은 저음과 독특한 음색이 특징이다. 외교·군사 의전에서 스코틀랜드의 문화적 상징성을 강조할 때 자주 활용된다.

가드 오브 아너(Guard of Honour)는 군악대와 의장대가 연합해 구성한 공식 환영 부대다. 총검·의장검을 들고 선 자세에서 귀빈에게 경례를 올리는 ‘프레젠트 암스(Present Arms)’ 의식이 대표적이다.


정상 간 ‘케미’가 변수

스타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뉴욕 유엔총회에서 첫 대면 후 개인적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 확대와 영국이 절실히 원하는 관세 철폐가 ‘빅딜’ 형태로 교환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양측은 협상 결과를 공동선언문 형태로 발표할 예정이지만, 관세·안보·기후변화 등 복수 현안이 얽혀 있어 세부 문구를 둘러싼 막판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만약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 캠페인에서 ‘대영(對英) 협상 승리’를 치적 삼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되며, 스타머 총리 역시 국내 경제 활성화와 외교적 존재감 강화라는 정치적 레버리지를 확보하게 된다.


향후 일정 및 전망

17일(현지시간) 만찬과 18일 체커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프랑스 노르망디로 이동해 제81차 D-데이 기념식에 참석한다. 영국 정부 소식통은 “협상문 초안이 이번 주 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영국 국빈방문은 화려한 의전과 함께 실용적 성과를 추구하는 ‘투트랙’ 외교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