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 영국 런던 상장사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과 캐나다 광산업체 텍 리소시스(Teck Resources)가 추진 중인 합병은 칠레 북부의 두 대형 구리 광산—콜라우아시(Collahuasi)와 케브라다 블랑카(Quebrada Blanca)—의 인프라 공동 활용이라는 오랜 숙원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 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해당 계획이 실현될 경우 전 세계 구리 공급망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낳을 것으로 평가하지만, 스위스 기반 글로벌 광산‧트레이딩 기업 글렌코어(Glencore)가 이를 승인해야 한다는 중대 변수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글렌코어는 콜라우아시 광산 지분 44%를 보유하며, 나머지 44%는 앵글로 아메리칸이, 12%는 일본 미쓰이(Mitsui) 컨소시엄이 쥐고 있다. 콜라우아시는 세계 최대급 구리 매장지 가운데 하나로, 텍의 핵심 자산인 케브라다 블랑카(이하 ‘QB’)와 불과 10km 떨어져 있다.
투자자 기대는 두 광산을 하나의 클러스터처럼 묶어 ▲공동 공정 설비 ▲운송·폐석 처리 비용 절감 ▲생산 증대 등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있다. 이 합병이 성사되면 두 중견 광산업체는 단숨에 글로벌 구리 메이저 반열에 오르며, 장기적으로 전기차·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인한 “구리 초(超)사이클”을 선점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 다.
그러나 실제 사업 통합 방식, 광석 공급 계약, 지분가치 평가, 이익 배분 및 지배구조 조정 등 글렌코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케브라다 블랑카 확장 프로젝트(QB2)가 2023년 가동 직후 ▲예산 초과 ▲채광 폐석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생산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시너지 잠재력은 막대하지만, 운영 방식과 조직 문화가 전혀 다른 ‘두 마리 야수’를 합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 호르헤 칸타요프스(Jorge Cantallopts), 칠레 구리·광업연구소(CESCO) 소장
글렌코어가 광산 결합안에 동의할지 여부는 QB 자산 가치에 달려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텍의 의결권이 집중된 키빌(Keevil) 가문은 “프로젝트 추가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하다”며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글렌코어 입장에서는 ‘가격’이 납득돼야 한다는 뜻이다.
키빌 가문과 텍은 로이터 문의에 “답변할 사안이 없다”고 밝혔고, 글렌코어 역시 코멘트를 거부했다. 콜라우아시 운영 주체 측도 “주주 발표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언급을 삼갔다.
새 협력 구상으로 앵글로-텍은 두 광산 사이에 약 10km 길이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해 콜라우아시의 고품질 광석을 QB 공정 설비로 직접 보내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다만 독립 합작회사 설립 여부 등 구체적 모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앵글로 CEO 던컨 완블래드(Duncan Wanblad)는 “글렌코어 또한 인접 광산 간 ‘어드재센시 베네핏(Adjacency Benefit)’을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다”며 “이번 제안은 모든 주주에게 호소력을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양사는 시너지로 연 8억 달러 비용 절감과 연 17만5,000t 생산 증대를 기대한다.
QB의 소수지분 30%는 칠레 국영 구리기업 코델코(Codelco), 나머지 30%는 일본 스미토모 금속광업·스미토모 상사 컨소시엄이 각각 보유한다. 코델코는 의견을 내지 않았고, 스미토모 두 회사는 “추진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전(前) 콜라우아시 CEO는 “과거에도 광산 통합 논의가 오갔으나 각사 독립성을 고수하면서 시기를 놓쳤다”며 “글렌코어와 미쓰이가 동의하지 않으면 앵글로·텍의 계획도 공허한 약속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광산 업계 추세를 보면, 광석 품위 하락과 허가 절차 장기화, 신규 광산 투자비 급등에 직면한 글로벌 구리업체들은 협업을 통해 비용 부담을 상쇄하려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앵글로는 이번 주 칠레 중부 로스 브론세스(Los Bronces) 광산을 코델코 인접 안디나(Andina) 광산과 통합 운영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두 회사는 해당 프로젝트로 연 12만t 생산 증가와 t당 비용 15% 감축을 예고했다.
[용어 해설] ‘시너지(Synergy)’란 둘 이상의 조직·설비가 결합할 때 얻는 추가 가치를 의미한다. 광산업에서는 채굴·가공 인프라를 함께 쓰며 ▲에너지 소비 감소 ▲설비 중복 축소 ▲폐석·환경관리 비용 절감 효과를 주로 가리킨다.
전문가 분석* 합병 성공 여부는 글렌코어의 최종 결단과 QB2 정상화 속도가 좌우할 공산이 크다. CESCO를 비롯한 현지 기관은 “2026년까지 생산 차질이 이어질 것”이라고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반면 시장은 구리 수요 강세를 배경으로 장기적 긍정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가치평가 재협상과 환경·사회적 책임(ESG)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핵심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