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중앙은행 기습 금리인하 이후 시장은 추가 완화 기대감 고조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ank Indonesia·BI)이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이 더 공격적인 통화 완화 가능성을 일제히 점치고 있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BI의 이번 결정 이후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향후 수차례 추가 인하를 전망하며 동남아 최대 경제권인 인도네시아의 성장 부양 의지를 강조했다.

이번 금리 결정 직전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에서 31명의 이코노미스트 전원이 동결을 예상했지만, BI는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낮춘 4.75%로 전격 조정했다. 이는 2024년 9월부터 이어져 온 완화 사이클에서 누적 150bp 인하에 해당한다. BI는 시중 유동성 확대, 국채 2차 시장 매입 등 비전통적 수단도 병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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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응 및 환율·증시 동향

결정 직후 루피아화는 미 달러 대비 0.5% 약세를 기록했다. 같은 날 인도네시아 종합주가지수(JSX)는 성장 기대를 반영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업은행 금리를 즉시 낮출 필요가 있다” — 페리 와르지요(BI 총재)

페리 와르지요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추가 인하 여력’을 언급하며 적극적 성장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BI 독립성’ 및 ‘재정준칙 준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경제학자·기관별 전망

메이뱅크(Maybank)의 브라이언 리 연구원은 “총재가 이전 회의보다 훨씬 비둘기파적”이라며, 2026년까지 추가 125bp 인하를 전망했다. 이는 최종금리 3.50%로, 종전 전망(4.25%) 대비 75bp 낮다.

바클레이스(Barclays)의 브라이언 탄 이코노미스트 역시 BI가 ‘올아웃 친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4.25%까지 인하 후 추가 하향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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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씨티리서치(Citi Research)의 헬미 아르만 애널리스트는 최종금리를 4.25%로 유지하되, 인하 시점을 2025년 4분기로 앞당겼다. 그는 정부가 12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중앙은행에서 국영은행으로 옮겨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려는 정책과 BI의 이번 결정이 연계됐다고 분석했다.


“비대칭 금리 코리도(asymmetric corridor)” 도입 의미

이번 회의에서 BI는 예금제도금리(Deposit Facility Rate)50bp 인하한 3.75%, 대출제도금리(Lending Facility Rate)를 25bp 내린 5.50%로 조정했다. 이는 ‘오버나이트 자금조달 금리의 상·하단’을 비대칭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으로, 2016년 이후 처음 시도되는 정책이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비대칭 금리 코리도’란 중앙은행이 정책금리 상·하단 폭을 다르게 설정해 단기자금 시장금리를 보다 세밀히 조정하는 기법이다. 하단(예금금리)을 과감히 내리면 은행들의 초과자금이 중앙은행으로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고, 대신 대출이나 채권 매입 등 실물경제로 유동성이 흘러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


향후 리스크와 관전 포인트

전문가들은 추가 완화가 투자 및 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재정건전성 악화·환율 변동성·대외 금융긴축 등 복합 리스크를 지적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동조적 금리 인하가 멈출 경우,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다시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정부가 BI와 협력해 일부 프로그램을 자금지원하기로 한 사실이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은 향후 재무부 국채 발행 규모, 외국인 채권자금 흐름, 그리고 소비자물가(CPI) 추이 등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거시경제 배경

최근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은 5%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나, 민간 투자 부진과 외국인 직접투자(FDI) 감소가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명목 GDP 1조5,0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수도 이전(누산타라 신도시)을 추진 중이다. 이번 금리 인하 역시 이러한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루피아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자극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 BI가 향후 물가안정 목표(2%±1%대)를 유지하면서도 완화적 스탠스를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망 및 결론

로이터 설문에 응답한 12명의 이코노미스트는 어제 결정 이후 기준금리 중립선 전망치를 4.00%(2026년)으로 하향 조정했다. 종전 중립선(4.50%) 대비 50bp 낮아진 수치로, BI가 추가 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을 보여준다.

요컨대, 인도네시아 통화정책은 “성장 우선·물가 후행” 구도로 전환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루피아 환율과 외국자본 유출입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