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슈, 美 89바이오 24억 달러 현금 인수…신장·대사 질환 포트폴리오 확대

스위스 기반 글로벌 제약사 로슈(Roche Holding AG)가 미국 나스닥 상장 바이오의약품 기업 89바이오(89bio Inc.)를 총 24억 달러(약 3조 2,000억 원)에 현금 인수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89바이오가 연구·개발 중인 신장·심혈관·대사성 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해 해당 분야를 전략적으로 강화하려는 의도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로슈는 89바이오 주식 1주당 14.50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9.5%에 달하는 프리미엄이며, 인수 단가만으로도 24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89바이오 주주들은 주당 최대 6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비거래 가능 조건부 가치권(CVR·Contingent Value Right)을 수령하게 된다. CVR은 연구·개발 목표 또는 규제 승인 등 특정 성과가 충족됐을 때 지급되는 추가 현금 성격의 권리다. 해당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경우 거래 총액은 약 35억 달러로 불어난다.

주목

핵심 동인: FGF21 계열 치료제

로슈가 특히 주목한 것은 89바이오의 후기(Phase 3) 단계 FGF21 계열 후보물질이다. FGF21(섬유아세포 성장인자 21)은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염(MASH·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과거 명칭 NASH) 치료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으며, 질환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만큼 상업·임상적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슈는 해당 물질을 포함한 89바이오의 플랫폼이 자사 심혈관·신장·대사(CRM) 라인업과 다각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

89바이오의 혁신 기술이 자사 포트폴리오 공백을 메우고, 복합 만성질환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차세대 블록버스터’ 가능성을 지닌다

”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는 로슈와 89바이오 양사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합병이 완료되면 89바이오 임직원들은 로슈 제약 부문에 합류해 기존 연구·개발 역량 및 상업화 노하우를 공유하게 된다.

주목

거래 종결 시점은 규제 심사와 주주 승인 절차를 거쳐 2025년 4분기로 예정돼 있다. 통상 대규모 제약 M&A에서 요구되는 독점 규제임상 데이터 검증을 고려할 때,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용어·배경 설명

FGF21은 간·근육·지방 등에서 발현되는 호르몬형 성장인자로, 포도당·지방 대사를 조절해 체내 인슐린 감수성과 지방산 산화를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MASH는 간세포 내 지방 축적과 염증·섬유화를 동반하는 진행성 질환으로, 치료제가 아직 승인된 적이 없다. CVR은 특정 조건 달성 시 추가수익을 보장해 인수·피인수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메커니즘으로 활용된다.

전문가 시각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고혈압·비만·신장질환 등 만성·복합 질환 영역에서 후기 임상 단계 자산을 확보하려는 ‘바이오테크 사냥’에 적극적이다. 이번 딜 역시 매출 정체를 겪는 로슈가 성장동력을 재점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특히 GLP-1, SGLT2 억제제에 이어 FGF21이 차세대 대사질환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동종 업계의 추가 M&A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