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 FTC의 아마존 프라임 소송에서 FTC 손 들어줘

워싱턴주 시애틀 지방법원이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Amazon.com Inc.)을 상대로 제기된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이하 FTC)의 소송 1차 쟁점에서 FTC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존 천(John Chun) 판사는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객 신뢰 회복법’(Restore Online Shoppers’ Confidence Act, ROSCA)을 위반했다는 FTC의 핵심 주장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 측은 앞으로 진행될 본안 재판에서 “해당 법이 프라임(Prime) 가입 절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칠 수 없게 됐다.

ROSCA는 2010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소비자보호법으로, 온라인 결제 과정에서 사업자가 명확한 요금·해지 조건을 고지하지 않은 채 결제를 진행하거나, 해지 절차를 과도하게 복잡하게 만들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구독경제 시대 부상 이후 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집단소송의 근간이 된 법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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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판결 핵심 요지

천 판사는 “아마존이 프라임 가입 단계에서 결제 정보를 먼저 수집한 뒤 요금, 자동 갱신, 해지 방법 등 핵심 조건을 뚜렷하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이 같은 방식은 ROSCA 제3조(Disclosure 요건)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또한 법원은 “소비자가 프라임을 해지하려 할 때 복잡한 메뉴 구조와 다단계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만든 점“을 문제 삼았다. FTC는 이를 ‘어둠의 패턴(dark patterns)’이라 지칭하며, “아마존이 수백만 명의 구독 지속률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UX(사용자 경험)를 설계했다”고 주장해 왔다.

2. 경영진 개인 책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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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로 닐 린드세이(소비자 부문 부사장)러셀 그랜드네비히(전 프라임 디렉터) 등 두 명의 전·현직 임원도 잠재적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법원이 “경영진이 프라임 설계 및 변경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FTC 측 주장을 배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FTC 소장: “아마존은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소비자 동의 없이 프라임에 자동 등록했으며, 해지 장벽을 높여 매년 막대한 구독 매출을 얻었다.”

3. 재판 향후 일정

천 판사는 이와 같은 사전 법률 쟁점 결론을 내린 뒤, 본안 심리를 2026년 3월로 지정했다. 본안에서 FTC가 실제 소비자 피해금액고의성을 입증할 경우, 법원은 민사 벌금 및 구제 명령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를 내릴 수 있다.


4. 시장 및 법적 의미

이번 결정은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구독 서비스가 단순한 회원제 프로그램을 넘어 일종의 전자상거래 인프라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큰 파급력을 지닌다. 프라임은 전 세계 2억 명 이상(회사 발표 기준)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고, 무료 배송·스트리밍·게임 등 통합 혜택으로 아마존 생태계의 ‘고착화’를 유도해 주주가치를 높인 핵심 성장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ROSCA 위반이 확정될 경우, 아마존은 광고·메뉴 구조·해지 UI 등을 전면 수정해야 함은 물론, 과거 부당이득 반환이나 집단 소송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EU 집행위(DG-Competition)와 캐나다 공정거래국도 유사 논리를 근거로 별도 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규제 리스크가 글로벌 차원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5. ‘어둠의 패턴’이란 무엇인가?

어둠의 패턴은 ‘사용자를 교묘히 유도하여 원치 않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디자인 기법’을 뜻한다. 예컨대 ‘다음 단계’ 버튼은 선명하게, ‘취소’ 버튼은 회색으로 처리하거나, 해지 경로를 숨겨 소비자가 쉽게 찾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2023년 이후 미국·EU 규제 기관은 이를 명시적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UX 디자인프라이버시 정책을 포괄적으로 조사하는 추세다.


6. 투자자 관점: 주가 및 실적 영향

판결 직후 나스닥에서 거래된 아마존 주가는 장 마감 시간 외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1.7% 하락한 뒤 낙폭을 다소 회복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재정적 부담보다 장기적 규제 환경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실제 배상액 규모가 제한적이라면 단기 실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마존은 2024 회계연도 2분기에 프라임 관련 수익으로 약 99억 달러(회사 IR 자료)¹을 보고했다.1 프라임 구독료가 월 14.99달러임을 감안할 때 가입자 이탈률 1%만 발생해도 연 3억 달러 이상의 매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¹공개된 수치는 프라임 구독 수익 추정치이며, 아마존은 사업보고서에서 해당 항목을 세분하여 공개하지 않는다.


7. 아마존·FTC 양측 입장

FTC는 성명을 통해 “소비자는 클릭 한 번으로 가입했는데, 해지하려면 클릭 열 번이 필요했다”며, “이번 판결은 디지털 시장에서 투명성과 소비자 권리를 확보하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프라임 가입 및 해지 과정은 산업 표준을 충족하며, 고객 만족도가 98%에 달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회사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법률을 준수하기 위해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8. 전문가 코멘트

워싱턴대 로스쿨의 줄리아 리 교수는 “이번 사전 판단은 구독경제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신호탄”이라며, “향후 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 등 다른 플랫폼들도 해지 프로세스와 고지 의무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의 테크산업 담당 파트너 마이클 조는 “아마존의 방대한 A/B 테스트 데이터가 법정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가 이번 재판의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9. 향후 관전 포인트

• 본안 재판에서 실질적 소비자 손해액이 얼마나 인정될지
• 프라임 UX 개편 시점 및 범위
• 글로벌 규제 기관의 동반 조사 여부
• 구독경제 전반을 겨냥한 연방 데이터 프라이버시 법안 입법 흐름

이러한 변수들은 미국 테크 대기업의 ‘플랫폼 패권’ 구조와 주주 가치에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업계와 시장의 주목도가 높다.


10. 결론

이번 미 연방법원의 중간 판결은 프라임 가입·해지 방식을 둘러싼 아마존-FTC 대립 구도에서 FTC 측에 유리한 지형을 조성했다. 본안 심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았지만, 이미 ‘어둠의 패턴’ 규제 강화라는 거대 흐름이 형성된 만큼 전 세계 구독 서비스 사업자들은 디자인·고지·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