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재정 개선에 힘입어 피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 ‘청신호’

이탈리아유로존 3대 경제 대국의 체면을 회복할 기회를 맞이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가 이번 주말 예정된 정기 검토에서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다수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피치는 1년 전 이탈리아의 장기 발행자등급(BBB)에 부여했던 ‘긍정적(Positive)’ 전망을 실제 등급 상향으로 이어갈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스페인·포르투갈 등 다른 주변부(peripheral) 회원국들이 최근 줄줄이 상향 조정을 받은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피치 발표 직후에는 S&P글로벌·무디스(Moody’s)·모닝스타 DBRS·스코프 레이팅스 등이 연달아 리뷰를 예정하고 있어, 이탈리아의 크레딧 스토리가 시장의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일관되고 신뢰할 만한 재정 통합 의지를 보여 왔다”라고 BBVA의 유럽 주권 전략가 필리포 모르만도는 평가했다. 그는 “프랑스가 등급 강등을 당한 상황과 비교할 때 이탈리아가 BBB+로 한 노치 올라선 뒤에도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A-로 두 단계 상향되는 ‘깜짝 시나리오’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2024년 이탈리아의 재정적자/GDP 비율은 3.4%로 정부 목표치(3.8%)를 무난히 하회했다. 자니카를로 조르제티 경제·재무장관은 “적자가 유럽연합 허용 상한선인 3% 아래로 1년 빨리 내려갈 수도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씨티(Citi)의 경제학자 자다 잔니는 올해 1~7월 국세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 증가한 점을 근거로 들며 “여름철에도 긍정적인 재정 모멘텀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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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2022년 출범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 내각은 이탈리아 특유의 잦은 정권 교체 악순환을 끊고 있다. 이는 최근 의회선거 혼란으로 피치로부터 ‘A+→A’ 하향 조정을 받은 프랑스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탈리아 투자은행 에퀴타(Equita)의 리서치 총괄 루이지 데벨리스는 “재정 건전성·정치 안정·글로벌 투자자의 국채 수요라는 ‘선순환 조합’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스프레드 축소 및 자금 유입

이탈리아 국채 시장에서도 고무적인 신호가 잇따른다. 이탈리아 중앙은행(Bank of Italy)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는 2024년 6월 한 달 동안 2019년 6월 이후 최대 규모로 늘었다. 이와 동시에 이탈리아 10년물-독일 10년물 금리 차(스프레드)16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고, 이탈리아-프랑스 스프레드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200bp까지 벌어졌던 구간에서 1bp 미만으로 축소됐다.

에퀴타 보고서는 “적자 축소 궤적이 신뢰성을 확보한 만큼 피치가 등급을 조정할 것”이라며, ‘3% 이하 적자’와 ‘재정 통합 로드맵’ 두 가지 조건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남은 구조적 과제와 비교 지표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두 번째로 큰 정부 부채 절대액(총 2조7,000억 유로 이상)을 안고 있으며, 고용률 최저, 생산성 정체, 그리고 만성적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여전히 떠안고 있다. 현재 피치 기준 BBB 등급은 그리스(BBB-)를 제외한 유로존 최하위권이다. 반면 독일은 AAA, 프랑스 A+, 포르투갈 A, 스페인 A- 등으로 한 단계 이상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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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심리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보면, 이미 이탈리아가 ‘싱글 A’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페인은 아예 ‘AA’에 근접한 수준으로 호가된다. 이에 따라 무디스·모닝스타 DBRS 역시 ‘긍정적 전망’을 유지 중이어서, 피치에 이어 추가 상향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용어·배경 설명*

* 스프레드(Spread)란 특정 국가 국채와 독일 국채처럼 ‘안전 자산’으로 간주되는 벤치마크 간 금리 차이를 의미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해당 국가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줄었다는 뜻이다.
BBB는 ‘투자 적격’ 최하단 등급으로, 한 단계만 내려가면 ‘투기등급’(하이일드)으로 전락한다.
크레딧 아웃룩(Outlook)은 등급 전망을 뜻하며, ‘긍정적(Positive)·안정적(Stable)·부정적(Negative)’ 세 단계로 구분된다.

이처럼 재정 흑전 가능성시장 신뢰 회복이 맞물린 이탈리아는, 주권 채무 관리에 있어 중대한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다. 9월 20일(현지 시각) 예정된 피치의 최종 발표가 투자자·정책당국·시중은행 모두에 의미 있는 신호로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