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4개국 설문, “국제협력 필요성 높다”…그러나 유엔·IMF 신뢰도는 낙제

뉴욕(로이터)—전 세계 36,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여론조사 결과, 무역·글로벌 보건·기후·빈곤 등 주요 과제에서 국제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유엔(UN), 세계보건기구(WHO), 국제통화기금(IMF) 등 기존 다자기구에 대한 신뢰도는 대체로 ‘낙제점’ 수준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설문은 록펠러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의 의뢰로 2023년 8월 8일~9월 10일 사이 34개국에서 진행됐다. 해당 시점은 선진국들이 개발원조와 글로벌 프로젝트 예산을 잇따라 삭감하고, 자국 우선주의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문제 해결 효과가 입증된다면 국제협력을 지지한다”고 답했으나, 협력이 “개인의 실질적 이익”으로 이어진다고 여긴 비율은 42%에 그쳤다. 특히 고용·일자리(90%), 무역·경제개발(92%), 식수·식량안보(93%), 글로벌 보건(91%) 분야에서 ‘국제적 공조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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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뢰도는 저조했다. 유엔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58%, WHO는 60%, IMF는 44%에 불과했다. 이는 유엔 총회(General Assembly)가 열리기 직전 공개된 수치라는 점에서, 다자기구의 정통성‧실행력 회복이 시급함을 보여 준다.

이 같은 “신뢰 격차”를 좁히기 위해, 록펠러재단은 총 5,000만 달러 규모의 ‘더 셰어드 퓨처(The Shared Future)’ 이니셔티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핵심 과제는 ①국제협력 모델 재구상, ②글로벌 보건 시스템 재편, ③인도주의적 식량체계 재설계 등이다.

“사람들은 국제협력이 ‘새로운 방식’으로 이뤄지길, 인도주의 지원도 ‘새롭게’ 집행되길 갈망하고 있다.”

—월리 아데예모(Wally Adeyemo), 전 미국 재무부 부장관

아데예모 전 부장관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21세기에 걸맞은 국제협력 모델’ 설계를 총괄한다. 그는 “전통적 원조 수혜국이 원조(recipient aid)에서 무역(recipient trade)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보건·식량 분야는 별도의 리더가 담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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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다음 단계로, 유엔 총회 기간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고, 미국 및 세계 각지의 이해관계자와 폭넓게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지브 샤(Rajiv Shah) 록펠러재단 총재는, 이번 설문이 “20세기형 국제기구와 시스템이 21세기 도전에 휘청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기존의 성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취약층에게 실질적 성과를 제공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IMF·WHO·유엔은 무엇인가?

IMF(국제통화기금)는 190여 개 회원국이 출연한 기금으로, 경제 위기 시 긴급 자금을 지원하고 거시경제 감시, 기술지원 등을 수행한다. 다만 대출 조건이 엄격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WHO(세계보건기구)는 1948년 설립 이후 국제 공중보건 문제를 총괄한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둘러싸고 권한과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유엔(UN)은 1945년 출범한 국제기구로, 회원국은 193개국이다. 평화·안보·개발·인권 증진을 주요 목표로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 거부권 구조 등으로 ‘기능 마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 관점·전망

이번 조사 결과는 “협력이 필요하지만 시스템은 낡았다”는 글로벌 여론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①거버넌스 구조 혁신, ②신흥국의 의사결정 참여 확대, ③민간자본·기술 플랫폼 활용이 향후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본다.

특히, 개발도상국이 ‘채무국에서 투자·교역 파트너’로 전환하려면 IMF·세계은행 주도의 전통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는 G20, 브릭스(BRICS)처럼 다극화된 거버넌스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다만, 다자기구 재편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해 충돌, 국내 정치 변수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024년 미국 대선 이후 대외 원조·기후 재정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본 문서의 분석‧견해는 기자 개인의 전문적 시각이며, 원문 기사에 기반한 추가 해설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