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증시가 전 세계 유동성 회복의 최대 수혜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Macquarie)는 최근 발간한 전략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와 호주준비은행(RBA)의 완화 기조가 맞물리면서, 기술주와 경기민감(cyclical) 종목의 초과수익률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맥쿼리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는 주식 대비 채권, 경기민감 대비 방어(디펜시브)주, 성장 대비 가치주 간 상대강도 구도를 다시 한 번 뒤흔들 것”이라며 “특히 1998년 글로벌 통화 완화와 신기술 낙관론이 결합해 전 세계 증시가 랠리를 기록했던 상황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RBA의 최근 연속 금리 인하와 결합된 글로벌 유동성 증가는 이른바 ‘Liquidity-Driven Market’을 연말까지 계속 지원할 것” — 맥쿼리 보고서 중
■ 기술·AI 관련주 최선호… 넥스트디씨·식(Seek)에 주목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전문업체 넥스트디씨(ASX:NXT)와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식(ASX:SEK)을 “호주발 인공지능(AI) 수혜의 핵심 노출도(core exposure)”로 정의했다. 네트워크 인프라 확장과 AI 연산 수요 증가는 동사의 매출 성장세를 가속할 것이며, 장기적 총수익률 관점에서도 경쟁 우위가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로비사 홀딩스(ASX:LOV)·웹젯 그룹(ASX:WJL) 등 성장주(growth)의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두 종목 모두 2025 회계연도 영업이익률 개선과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맥쿼리는 7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기술·성장 부문 비중을 이미 상향 조정한 바 있다.
■ “경기민감주(Cyclicals) 랠리 재점화… 美 노출도 높은 종목 주목”
보고서는 아리스토크랫 레저(ASX:ALL)·브레빌 그룹(ASX:BRG)·CAR 그룹(ASX:CAR)·플라이트 센터(ASX:FLT) 등을 예시로 들며, 미국 소비·여행 수요 회복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종목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플라이트 센터의 경우, 미주 노선 회복과 온라인 예약 플랫폼 통합 효과로 영업이익(EBIT)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경기민감주란?*1
경기변동에 따라 실적 변동폭이 큰 기업군을 말한다. 자동차·여행·반도체처럼 경기 확장기에 수요가 급증하고, 경기 둔화기에 매출이 위축되는 특징을 가진다. 반대로, 식품·전력·건강관리 같은 필수소비재·공공서비스 업종은 방어주(defensive)로 분류된다.
■ 금 가격 강세 속 금광주 추가 매수 제안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 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맥쿼리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힘입어 노던스타 리소시스(ASX:NST)와 뉴몬트(ASX:NEM)를 핵심 금광 플레이로 꼽았다. 보고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금광주는 여전히 매력적인 헷지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 소형주(Small-cap) vs. 방어주(Defensive) 온도차
유동성 완화가 지속되면 위험선호심리가 강화돼 시가총액 10억 호주달러 미만의 소형주에까지 매기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헬스케어·생활필수품 등 방어 섹터는 상대적으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기에 배당·현금흐름 안정성을 중시하던 관성이 약화되면서, 성장 모멘텀을 보유한 섹터가 주도권을 탈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 통화완화·유동성 랠리의 메커니즘
통화정책이 완화되면 시중 금리가 하락하고, 기업 및 개인의 차입 비용이 낮아져 실물·금융자산 수요가 늘어난다. 이를 ‘유동성 랠리’라 부른다. 1998년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 사태 이후 미·유럽·아시아 중앙은행이 일제히 완화 정책을 시행하자, 신흥 성장산업(IT·인터넷)을 중심으로 증시 전반이 강세를 보인 바 있다. 맥쿼리는 2025년 상황도 “디지털 전환·AI 인프라 투자 붐”이라는 테마까지 겹치면서 당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호주 달러 약세는 달러화 결제 비중이 높은 수출주·관광주에 가격 경쟁력을 부여해 추가 상승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원자재 가격 조정 및 지정학적 리스크는 잠재적 변동성 요인으로 꼽힌다.
■ 기자 해설: 벤치마크 리밸런싱과 정책 리스크
현재 글로벌 패시브 자금은 MSCI ACWI·FTSE Global 등 벤치마크 지수 내 IT·커뮤니케이션 비중 증가에 맞춰 자동적으로 기술·성장주 편입 비율을 높이고 있다. 이는 호주 증시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연준의 실제 금리 인하 속도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또한 RBA가 갑작스러운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유로 완화 속도를 조절하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성장주는 조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요약하면, 맥쿼리는 기술·AI·경기민감주를 최선호 섹터로, 금광주를 보완재로 제시하며, 방어 섹터는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투자자들은 금리 사이클·유동성 지표·달러 인덱스 변화를 주시하면서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1: 경기확장기에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산업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