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0월물 선물 가격이 17일(현지시간) -0.73% 하락하며 배럴당 64.07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달 만기 RBOB 가솔린 선물도 -0.63% 떨어져 갤런당 2.034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9월 18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미국 경기 및 에너지 수요 둔화 가능성에 주목하며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특히 이날 발표된 8월 미국 주택착공·건축허가 지표가 시장 기대를 밑돌자 원유·정제제품 시장 전반에 매도 압력이 확산됐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8월 주택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8.5% 감소한 130만7,000가구(연율 기준)로 집계됐다. 컨센서스(136만5,000가구)를 크게 밑돈 수치다.
건축허가 건수 역시 전월 대비 -3.7% 줄어든 131만2,000가구를 기록하며 5.25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주택 신축은 목재·철강·교통연료 등 광범위한 원자재 수요를 유발하는 만큼, 지표 부진은 단기 에너지 소비 둔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부정적이다.
재고 감소는 낙폭 제한
하락폭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재고가 예상 밖 감소를 기록하며 일부 상쇄됐다. 12일 주간 기준 원유 재고는 전주보다 929만 배럴 줄어 12주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시장 전망은 175만 배럴 증가였다. 가솔린 재고 역시 240만 배럴 줄어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Cushing 배출센터 재고는 29만6,000배럴 감소했다.
다만 난방유·항공유로 쓰이는 디스틸레이트(중간유분) 재고가 400만 배럴 늘어 8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재차 부각됐다. 디스틸레이트는 산업 활동과 밀접한 지표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드론 공습 여파…러 원유 공급 차질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드론 공격이 지속되며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로이터는 16일 러시아 국영 트랜스네프트 파이프라인이 저장 능력을 제한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연간 원유 처리능력 2,000만 톤 규모인 키리시 정유소가 14일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9월 첫 사흘간 러시아 정유 가동률은 하루평균 498만 배럴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가 추가 대러 제재로 이어질 경우 세계 원유 공급이 더욱 타이트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2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인내심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며 중국·인도산 러시아산 석유에 최고 100% 관세를 부과하자는 방안을 주요 7개국(G7)에 제안했다.
OPEC+ 증산폭 축소·IEA 공급 과잉 전망 상충
9월 7일 OPEC+는 10월부터 하루 13만7,000배럴만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8~9월 증산량(하루 54만7,000배럴) 대비 대폭 축소된 규모다. 또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 감산분을 단계적으로 복원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재검토하기로 했다. 8월 OPEC 산유량은 전월보다 40만 배럴 증가한 2,855만 배럴로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보고서에서 2026년 세계 원유 공급 과잉 전망치를 일 333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8월 전망치보다 36만 배럴 늘어난 수치로, OPEC+의 증산 계획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탱커 재고·시추기 동향
탱커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9월 12일 기준 7일 이상 움직이지 않은 해상 부유 재고는 전주 대비 -7.2% 감소한 6,796만 배럴로 집계됐다. 해상 재고 감소는 단기적으로 물리적 타이트닝을 시사해 가격 지지 요인으로 해석된다.
베이커휴즈는 12일 종료 주간 미국 내 원유 시추기 가동 수가 2기 늘어난 416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8월 1일 기록한 4년래 최저치(410기)에서 소폭 반등한 수준이나, 2022년 12월 고점(627기)과 비교하면 여전히 33% 이상 낮다.
용어 풀이 및 시장 영향
WTI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중질·저유황 원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유가 벤치마크다. RBOB 가솔린은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산소화합물을 섞기 전 단계의 가솔린 원료를 말한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비OPEC 산유국 연합체를 뜻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건설 부문의 수요 약화가 단기적으로 원유 수요를 둔화시킬 수 있지만, 러시아 공급 차질과 해상 재고 감소가 상쇄 효과를 내며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또한 “OPEC+의 선별적 증산 기조와 IEA의 과잉 공급 전망이 상충하면서 수급 전망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단기 유가는 미국 경제지표 방향, 우크라이나 전황, OPEC+ 정책 등 다중 변수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재고·시추기·수출입 통계 등 기초 체력(펀더멘털) 변화에 주기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