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시장 동향]
ICE 뉴욕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2025년 12월물 코코아(티커: CCZ24)는 1.65% 하락한 -128달러에, ICE 런던 9월물 코코아(티커: CAU24)는 1.62% 내린 -92파운드에 각각 마감했다. 이번 주 들어 두 계약 모두 중간 정도의 낙폭을 기록하며 조정을 거듭하고 있다.
2025년 9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에 예보된 비 소식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상 예측업체 맥사(Maxar) 테크놀로지스는 “이번 주말까지 이어질 강우가 토양 수분을 높여 코코아 작황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산량 증가 가능성이 선물가격에 즉각 부담 요인으로 반영된 셈이다.
코코아 가격을 압박한 또 다른 재료는 나이지리아의 7월 수출 급증 소식이다. 현지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7월 코코아 수출량은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한 1만7,456t으로 집계됐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6위의 코코아 생산국으로, 추가 물량이 국제 시장에 출회될 경우 단기 공급 우려가 완화된다.
■ 서아프리카 공급 변수
이번 주 초 뉴욕 코코아 가격은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산지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건조한 날씨가 장기적으로 수확량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맥사는 “지난 한 달간 강우량이 평년을 크게 밑돌아 토양 수분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코트디부아르 정부 물류 통계는 또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2024년 10월 1일부터 2025년 8월 25일까지 항만을 통해 출하된 생두는 169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의 물량 축소는 중·장기적으로 가격 하방 경직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가나 코코아위원회(코코보드)도 지난주 2024/25년 수확 전망치를 65만t으로 하향 조정했다(6월 전망 70만t). 2023/24년 실적은 23년 만의 최저치인 42만5,000t에 그쳤다. 폭우·가뭄 극단 현상과 ‘팟 로트(Pod Rot)’로 불리는 병해충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5위 생산국 카메룬은 2023/24년(8월~다음 해 7월) 생산량이 전년 대비 1.2% 증가한 26만6,725t으로 집계됐다고 국가 코코아·커피위원회가 발표했다. 카메룬 물량 증가는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 선물시장 재고·수요 지표
미국 내 ICE 지정 창고 재고는 248만8,992포대로 1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공급 불안이 여전히 잠재해 있다는 방증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한국어 화폐 단위로 ‘grinding(그라인딩)’이라는 용어가 종종 등장한다. 이는 초콜릿·코코아 가공업체가 실제로 원두를 분쇄해 사용하는 양을 뜻한다. 즉, 실물 수요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북미 2분기 그라인딩 실적은 10만4,781t으로 2.2% 증가했다. 아시아 지역은 1.4% 감소했으나, 예상(-2.0%)보다는 양호했다. 유럽은 4.1% 늘어나 시장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에 따르면 2023/24년 글로벌 공급 부족은 43만9,000t으로, 2022/23년(7만4,000t)보다 6배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다. 재고/그라인딩 비율은 46년만의 최저치인 27.4%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마감되는 2023/24 마케팅연도에 코트디부아르 생산량이 8년래 최저치인 175만t으로 감소할 것”
— 스위스계 트레이더 Ecom Agroindustrial
■ 시장 용어 해설
ICE는 Intercontinental Exchange의 약자로, 원자재·통화·주식 등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다국적 거래소를 의미한다. 농산물 분야에서는 뉴욕·런던 두 곳에서 코코아 및 커피 선물이 거래된다.
MT는 Metric Ton(미터톤, t)을 뜻한다. 국제 거래에서는 파운드(lb)보다 t 단위가 일반적이다.
그라인딩(Grindings)은 초콜릿 제조 과정에서 생두를 분쇄해 카카오매스(cocoa mass)를 얻는 절차를 가리키며, 가공업체의 실물 소비량으로 사용된다.
■ 향후 전망과 기자 해설
단기적으로는 서아프리카 강우가 이어지며 가격 압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코트디부아르·가나의 생산 차질, 미국 재고 급감, ICCO가 제시한 공급 부족 전망 등 구조적 요인이 뚜렷하다. 투자은행·상품 트레이더들은 “연말로 갈수록 원두 수급 긴장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특히 전 세계 초콜릿 제조업체가 4분기 휴일 특수를 대비해 원두 비축에 나설 경우, 다시 한 번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 현물 스프레드(근월물과 원월물 가격 차)가 확대될 경우, 실수요자들은 헤지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향후 1개월간 핵심 체크포인트는 ▲서아프리카 우기 강우 지속 여부 ▲미국·유럽 창고 재고 추이 ▲ICCO 11월 업데이트 보고서 ▲북미·아시아 3분기 그라인딩 통계 발표다. 각 변수에 따라 선물가격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