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리셀(재판매) 플랫폼 스텁허브(StubHub)가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티커(symbol) ‘STUB’로 공식 상장돼 첫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 시초가는 주당 25.35달러로, 공모가 23.50달러를 7.9% 웃돌며 투자자들의 초기 매수세를 입증했다.
2025년 9월 17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스텁허브는 전날 밤 공모가를 예상 밴드(22~25달러)의 중간값인 23.50달러로 확정해 총 8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번 IPO는 800만 주 이상이 시장에 풀린 가운데, 기업가치 희석(희발 효과)을 최소화하면서도 성장 자금을 확보한 전략적 상장으로 평가된다.
이번 ‘장밋빛 데뷔’는 결코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스텁허브는 2024년 7월과 2025년 4월 두 차례나 변동성이 커진 증시 상황 탓에 상장 계획을 연기해야 했다. 특히 올해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Liberation Day 관세(관세 부과 확대)’ 발표 이후 시장이 급락하자, 회사는 ‘예정된 손실 예방’을 위해 IPO 일정을 과감히 중단했다.
에릭 베이커 StubHub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NYSE 개장 종을 울리며 “25년간 이어온 ‘즐거운 티켓 경험’을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해 자본 시장의 힘을 빌릴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① 기술·핀테크 기업 상장 ‘러시’ 속 스텁허브의 위상
최근 증시는 기술 스타트업의 잇단 상장으로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전주에는 스웨덴 ‘선구매 후결제(BNPL)’ 업체 Klarna와 윙클보스 형제가 만든 암호화폐 거래소 Gemini가 흥행 데뷔했고, 피터 틸이 투자한 거래소 Bullish·디자인 SaaS 기업 Figma·스테이블코인 발행사 Circle 등이 잇따라 증시에 입성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스텁허브는 ‘실물 공연·스포츠 티켓’이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차별화에 성공했다.
② eBay 인수·재매각 등 굴곡의 25년
스텁허브는 2007년 eBay에 3억1,000만 달러에 인수됐다가, 2020년 공동 창업자인 베이커 CEO가 신설 기업 비아고고(Viagogo)를 통해 약 40억 달러에 재인수하며 독립했다. 이번 IPO로 회사는 대중 자본의 지원을 받아 다시 한 번 성장의 레버리지를 확보하게 됐다.
③ 실적: 성장세와 ‘매출 변동성’ 공존
스텁허브는 코로나19 봉쇄 이후 공연·스포츠 수요가 폭발적으로 회복된 덕분에 실적 모멘텀을 되찾았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3억9,76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순손실은 2,970만 달러에서 3,590만 달러로 확대됐다. 회사는 이를 ‘테일러 스위프트 Eras Tour’, 비욘세 Renaissance Tour 등 초대형 공연 관련 마케팅·서버 비용 증가로 설명한다.
Gross Merchandise Sales(GMS)―플랫폼에서 거래된 총 티켓 금액―는 20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GMS는 전자상거래 업계의 대표적인 거래규모 지표다. 매출과 달리 수수료율 변동, 환불 처리 등에 따라 실제 인식 매출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④ 규제 리스크: FTC ‘봇 차단·수수료 투명화’ 압박
경쟁사 라이브네이션(Live Nation) 산하 티켓마스터가 자동화 봇 문제로 미연방거래위원회(FTC) 조사를 받는 가운데, 스텁허브 역시 5월 FTC로부터 “총 비용(일명 ‘junk fees’)를 명확히 고지하라”는 경고장을 받았다. ‘All-in 가격(수수료 포함 최종가) 의무화’ 규정은 소비자 보호 취지로 도입됐으며, 이를 위반하면 벌금 및 시정 명령 대상이 된다.
스텁허브는 “공개적으로는 FTC 가이드라인을 전면 수용했고, 가격 표시 알고리즘을 개선해 플레이어 간 공정 경쟁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⑤ 경쟁 구도와 투자 구조
스텁허브는 Vivid Seats(2021년 SPAC* 상장), SeatGeek, 그리고 거대 티켓사 티켓마스터와 치열하게 경쟁한다. IPO 전 기준 최대 주주는 Madrone Partners로 Class A 지분 24.5%를 보유했고, 뒤이어 WestCap(12.3%), Bessemer Venture Partners(8.8%) 순이다.
*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포괄적 인수 목적의 특수법인’을 의미하며, 비상장 기업을 우회 상장시키는 빠른 수단으로 활용된다.
● 기자 해설: 상장가 23.50달러 vs. 시초가 25.35달러 의미
단 하루 만에 공모가 대비 8% 가까운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점은, 라이브 이벤트 시장의 구조적 성장에 대한 투자자 기대를 반영한다. 다만 첫날 상승폭이 일부 테크 스타트업(30~100% 급등)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수익성 개선 로드맵을 먼저 확인하려는 ‘신중 모드’가 엿보인다.
특히 스포츠·음악 공연은 ‘슈퍼 사이클’과 ‘오프 시즌’이 명확해 매출 변동성이 크다. 따라서 스텁허브는 데이터 기반 동적(Dynamic) 가격 책정, 국제시장 진출, B2B 파트너십 확대 등으로 비수기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
실적 개선 관전 포인트
①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 회복세
② FTC 규제 합의 이후 비용 구조 변화
③ 글로벌 대형 스포츠 이벤트(2026 월드컵, 2028 LA 올림픽) 수혜 효과
결론적으로 스텁허브의 성공적인 상장은 공연·스포츠 티켓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가속할 전망이다. 다만 규제·수익성·경쟁이라는 ‘삼중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상장 이후 주가 변동성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