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상설 레포창구, 9월 말 첫 대규모 시험대…유동성·QT 향방 촉각

워싱턴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기금리 통제를 위해 운용 중인 유동성 공급·흡수 시설이 이번 달 말 ‘중량급’ 시험대에 오른다.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분기 말 결산에 맞춰 포지션을 재조정하면서 단기자금시장의 수요·공급이 크게 출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변동성의 진원지는 ▲1역레포(reverse repo·RRP) ▲2상설 레포창구(Standing Repo Facility·SRF) 두 축이다. 두 시설은 연준이 단기금리 목표 범위를 지키기 위해 설계한 유동성 완충 장치로, 양적긴축(QT)으로 시중 준비금을 줄이는 과정에서 ‘안전판’ 역할을 한다.

◇ 역레포 사용액, 이달 말 최대 2,750억 달러 예상
시장조사업체 라이트슨 ICAP은 현재 거의 사용되지 않는 역레포 시설이 9월 30일 하루 사이에 최대 2,750억 달러(약 365조 원)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역레포는 금융기관이 초과 현금을 연준에 예치하고 미 국채를 담보로 받는 구조다. 분기 말이 되면 은행들이 대차대조표를 정리하기 위해 현금을 잠시 ‘안전하게’ 묶어두는 수단으로 역레포를 활용하곤 한다.

주목

SRF, ‘준비금-국채’ 교환 자동 완충 장치
SRF는 2021년 출범했으나 실제 가동 사례가 많지 않았다. 이번에도 시장 변동이 예상되는 9월 30일 하루 동안 약 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라이트슨은 내다본다. 직전 분기 말(6월 30일) 110억 달러와 비교하면 4배 이상 확대되는 셈이다.

SRF는 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연준에 맡기고 즉시 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자동 충격 흡수기’” – 패트리샤 조벨,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 거시경제·시장전략 책임자, 전 뉴욕연은 통화정책 집행팀장

조벨 전무는 “일시적 자금 경색이 준비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는 아니다”라며 “SRF 같은 시설이 있어야 QT를 흔들림 없이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왜 9월 말이 중요한가?

분기·월말마다 금융기관의 재무제표 규제각종 보고 의무가 겹치면서, 단기자금 수요가 순간적으로 급증한다. 특히 재무부 일반계정(TGA) 잔액 변동이 겹치면, 시중은행의 결제준비금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연준은 이를 “일시적 전환기(transitory) 요인”으로 파악하지만, 금번 분기 말은 QT로 시스템 총준비금이 이미 줄어든 상황이라 시험대가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현재 미 금융시스템 준비금은 약 3조2,000억 달러 수준이며, 역레포에 쌓여 있던 초과유동성이 대부분 흡수된 만큼 향후 준비금 감소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여름 연설에서 준비금 하한선을 2조7,000억 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주목

■ 단기금리·레포금리 상승 압력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 미 금리전략 헤드는 “연준이 시스템에서 유동성을 과도하게 빼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포시장 금리가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며, “연준이 올해 말 이전에 QT 중단 신호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포금리 압박은 연준이 목표하는 연방기금금리(현재 5.25~5.50%)의 안정적 운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정책 담당자들은 SRF·RRP 두 시설이 분기 말 과도기를 넘어설 때까지 ‘교량’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 용어 설명*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국채 등 우량담보를 맡기고 단기 자금을 빌리는 거래다. 반대로 역레포(RRP)는 금융기관이 현금을 맡기고 국채를 담보로 받는 형태다. 상설 레포창구(SRF)는 연준이 1일물 레포를 고정금리·무제한 상시 공급해, 준비금이 부족해질 때 자동으로 현금이 공급되도록 만든 제도다.

*레포시장은 단기자금조달의 ‘배전판’ 역할을 하며, 시장 스트레스는 체계적 위험 확산의 촉매가 될 수 있다. 2019년 9월 레포금리 급등 사태 이후 연준은 SRF 구축 필요성에 공감했고, 2021년 공식 도입했다.


■ 정책 스케줄·시장 관전 포인트

연준은 9월 18~19일(현지시간) 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전망이다. 정책 성명과 함께 점도표(분기별 금리 전망)가 18일 14시(미 동부시간)에 공개되고, 제롬 파월 의장이 30분 후 기자회견을 연다.

시장 참가자들은 ▲SRF 실사용 규모 ▲레포·역레포 금리 스프레드 ▲준비금 감소 속도 등을 핵심 체크 포인트로 꼽는다. 만약 SRF가 9월 말 이후에도 높은 이용률을 보이면, QT 중단 또는 속도 조절이 10월 28~29일 FOMC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연준의 유동성 완충 장치가 매끄럽게 작동한다면 QT가 내년 초까지 연장될 수 있지만, SRF 장기 의존이 현실화될 경우 정책 정상화 시나리오는 재조정이 불가피하다.